분홍색
흔히들 분홍색을 '여성스러운 색', '여자가 좋아하는 색'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난 분홍색을 선호하지 않는다. 치마보다는 바지가, 길게 풀은 헤어스타일보다는 짧게 묶은 헤어스타일이 편해서인지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선가 분홍색으로 가득한 에뛰드 하우스 같은 화장품 가게나 커피숍에 가면 손발이 오글거리는 느낌이 든다. 이런 내가 어쩌다 분홍색 키보드를 사게 되었을까. 쿠팡에서 가장 빠르게 배송되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고르다 보니 핑크색 키보드가 집에 있게 되었다. 컴퓨터를 켜지 않고 휴대폰에서 빠르고 편하게 글을 쓰겠다며 구입한 무선 키보드지만, 지금은 아이의 장난감이 되어 버렸다.
내가 선호하는 색은 초록색이다. 초록색도 진한 것보다는 연한 걸 좋아한다. 내 지인들은 이미 내가 초록색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걸 안다. 이런 내가 아이한테 만큼은 분홍색 엄마다.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마시려고 하면 아이는 직접 캡슐을 골라야 된다고 한다. 어른 마음대로 기기를 작동하면 울어버린다. 문제는, 아이가 골라주는 캡슐은 커피 캡슐이 아니라 히비스커스 캡슐이다. 이유는 캡슐 색이 분홍색이기 때문이다. 아빠도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아빠는 파란색 캡슐을 마셔야 하는데 그것 또한 커피가 아니라 한방차다. 이렇게 엄마는 분홍색, 아빠는 파란색인데. 이유는 상어가족 때문이다. 상어가족에서 엄마상어는 분홍색, 아빠상어는 파란색이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 우리의 마음과 달리, 반 강제적으로 한방차를 마셔 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건강을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이라 여기고 있다.
색깔을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아이에게도 취향이 생겼다. 아들은 파란색을 좋아한다. 옷이나 물건을 고를 때 파란색을 주로 선택한다. 의외다. 아기상어는 노란색인데. 아이의 취향이 상어가족을 이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