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중해리 Dec 13. 2022

엄마가 자꾸 어디 가네

아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

아이가 커감에 따라 식재료가 더 많이 필요해졌다. 때문에 어느 토요일 저녁, 남편과 아이와 함께 코스트코에 갔었다. 사람들이 많고 카트는 크기 때문에 남편과 아이는 한적한 곳에서 기다리게 하고 나 혼자 식재료를 둘러보곤 했다. 사람들을 비집고 아이에게 먹이기 좋을 것을 골라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한적한 곳에서 기다릴 줄 알았던 남편이 자꾸 따라온다. 카트도 무거운 데다가 사람들을 요리저리 피해 따라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왜 자꾸 올까라는 생각이었다. 알고 보니, 아들이 엄마를 따라가야 한다고 했단다.

그날 저녁, 아빠와 아들이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들이 마트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던 중 "엄마가 자꾸 어디 가네"라고 했단다. 엄마가 자신을 위한 먹을거리를 찾으러 다녔다는 설명에, 아들은 “안 먹어도 괜찮다”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대화가 내겐 큰 울림이었다. 아이는 맛있는 걸 먹는 것보다 엄마가 옆에 있는 게 더 좋다. 아이를 위해 장을 열심히 본다는 건 어른의 생각이다. 아이는, 자신을 위해 빠르게 좋을 걸 고르는 것보다는 엄마와 함께 장보는 게 좋다. 정작 아이의 마음은 몰라주면서 아이를 위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거다.


놀이, 놀러 가는 것도 비슷한 거 같다. 맞벌이에 주말부부다 보니, 주말이 되면 가능한 아이와 밖으로 놀러 가고 싶어 진다.

못 보던 걸 보고 못 느끼던 걸 느끼게 해주고 싶은 바람에 다른 아이들이 어디를 가는지 살피게 되는데, 주말 외출이 여의치 않을 때면 괜히 미안해지고 불안해진다. 내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새로운 경험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말 아이를 위한 외출일까?' 아니면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줬다는 어른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외출일까?'. 만약 후자라면 좋지 않다.

사실 아이는 놀이터에서 종이컵 하나만 있어도 즐겁게 놀 수 있고, 멀리 나가지 않고 동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만으로도 좋을 수 있다. 아이가 정말로 원하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는 걸 거다.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주말. 그게 아이에게는 최고의 선물일 거 같다.


아! 생각해보니, 엄마랑 아빠가 아이에게 추억을 주는 게 아니다. 엄마랑 아빠가 아이로부터 추억을 선물 받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아들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