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9의 한강

출근길

by 필마담

7호선 하행선은 공릉역부터 뚝섬유원지역까진 왼쪽 출입문이 안 열린다. 시발역에서 몇 정거장 지난 후라 앉아가기는 포기한 상태고, 누가 중간에 일어날지 눈치게임에는 실패가 잦은 편이라서 애초에 문이 열리지 않은 쪽에 자리를 잡고 선다. 어차피 서서 가야 된다면 휠체어를 두는 자리에도 서있고 싶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여하튼, 자리를 잡고 나면 책을 읽는다.

몇 개의 역이 지나갔는지 오래된 감으로 알고 나면, 점점 열차가 위로 향하는 게 느껴진다. 역시나 “이번 역은 뚝섬유원지역입니다"라는 방송이 들린다. 그 방송이 들릴 때쯤 창가를 본다. 고개 숙이고 이마만 보이던 사람들의 눈동자를 보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잠깐의 하늘을 보고 난 후 다시 활자를 읽기 시작한다.


나는 종이책을 좋아한다. 종이의 질감, 냄새가 좋다. 책마다 다른 질감과 무게감을 느끼는 게 좋다. 때문에, 내 어깨는 매일 무거운 가방을 짊어져야 한다.

남편이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디바이스도 알려줬지만 내겐 익숙지 않다. 전자책을 보는 게 경제적이기도 하지만, 독서의 맛에는 종이의 맛도 포함되어 있다.


책을 읽을 때면 낙서를 하거나 끝부분을 접는 편이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 서서 펜을 꺼내고 밑줄을 긋고 글씨를 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아니라면 끄적임의 본능을 참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나의 출퇴근길은 책과 함께다. 사실, 이런 습관이 생기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가 끝나고 다시 지하철을 타게 되면서 시작되었으니. 그래도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 앞으로 읽고 싶은 책이 많은 걸 보니, 다행히도 지금의 습관을 한동안 유지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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