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들이마셨다가 멈춘다. 달마다 영주를 괴롭히는 것들은 그중 단 하루 그를 지독히도 못 살게 굴었다. 원래 잔병치레하는 약한 몸이긴 했지만, 오늘은 조금 더 심한 것 같아, 영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통제 두 알을 물과 함께 삼키고 이부자리로 꾸물꾸물 파고들었다. 매번 오후 이른 시간에 마감하는 카페에서 무슨 정신으로 퇴근했는지 몰랐다. 드물게 걱정스러운 낯을 하며 한숨을 내쉬는 사장을 뒤로하고 약국에 들러서 평소 잘 듣지 않던 진통제를 산 것도 그 탓이었다. 결국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이불이 깔린 딱딱한 바닥 위에 누울 때에야 그 사실이 생각나서, 영주는 드물게 자책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잘 듣지 않는 약은 예상했던 것처럼 말썽이었다. 속이 메스꺼운 것도 같아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다가 곧 그만두었다. 이대로 자세를 고치면 분명히 어딘가 더 아파질 것이 분명했다.
잘 먹어야 안 아플 텐데.
…….
죽이라도 해 줄까?
요즘 죽집들은 전부 배달을 해 주는 것 같긴 했지만, 영주에게는 주문한 죽을 받는 것부터 다 먹은 것을 치울 힘조차 나지 않았다. 애초에 혼자서만 살고 있는 아픈 사람에게 죽이든 무엇이든 사치였다. 혼자 살다 보면 아플 때 서럽다는데, 생각해보니 굳이 그런 것보다는 그냥 무기력함이 그저 온몸을 지배할 뿐이었다. 자취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조금 그랬던 것 같다. 엄마, 아빠를 힘없이 중얼거리듯 부르며 조금 눈물이 고였던 것 같다.
영주는 멈추었던 숨을 후우 내뱉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역시 움직일 때마다 이불에 쓸리는 살갗이 아프고 마디마디가 쑤셨다. 고된 일을 하고 난 뒤의 후유증 따위는 아니었다. 정말 따지고 보면 영주는 소위 말하는 운동 부족이었으니까, 그런 후유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매일 하는 카페 아르바이트는 움직임 축에도 들지 않는 편이었다.
영주에게 그것이 열병이라고 말했던 사람이 있었다. 열병이라, 그렇게 사치스럽고 어딘가 청춘처럼 들리기까지 하는 말을 가져다 붙이기에는 보잘것없는 통증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감정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고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달에 한 번씩 하나로 뭉쳐놓은 통증을 몸에 겹겹이 두르고 짓누르는 것과 같았다. 일 년에 한 번 겪을 아픔을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겪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던 적도 있었지만.
뻐근한 몸을 움직여 천장을 보고 바르게 누웠다. 통증은 여전히 잡히지 않아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피워내지만 열은 조금씩 내리는지 눈이 더 시큰거리는 일은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잘 듣지 않는 약이라도 진통제를 먹었다고 몸 상태가 조금 괜찮아질 테니, 머릿속을 채우는 상념을 떨쳐내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밥을 끓여먹든 하고서 다른 약을 먹어야지, 그리고 푹 자야지. 여전히 데워진 한숨을 내쉬며 영주는 생각했다.
그럴 때에는 심호흡을 하는 거야.
영주는 그렇게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기를 반복하고, 들이마신 어느 몇 번째의 반복을 끊고서 숨을 멈추었다. 내쉬지 못하고 호흡이 가쁨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가슴이 따끔따끔하고 목이 아팠다. 그러나 지금 온몸을 땅으로 쿵 떨어트리기라도 하듯 아린 통증보다는 덜했다.
마치 첫사랑을 앓는 것만 같은 아픔이 영주의 등을 감싸 안아 왔다. 아플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주는 한 달에 한 번씩 첫사랑을 앓고 첫사랑을 잃은 기분에 휩싸여갔다. 숨이 부족해 눈앞이 캄캄해지면 그제야 놓아주기라도 하듯이 숨을 아주 조금씩 내뱉고 마시기 시작했다.
손끝이 저릿저릿한 것은 처음 함께 손을 맞잡은 날의 떨림. 발끝부터 허벅지까지 싸르르 아려오는 것은 첫 데이트가 끝난 뒤의 피로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은 처음 싸웠을 때 해결책을 찾기 위해 무수히도 고민했던 그날의 두통.
영주는 한 달에 한 번씩 사랑을 앓았다. 그게 무엇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다만 그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