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오돌오돌 떨다가 피난길 열차 오르듯 좌석버스 탔는데 들리는
"미승인카드입니다"
아니? 나 왜 미승인....?
카드 연체된 것도 읍는디요?
순간 뇌리에 아 나 현금 있지! 이어 아, 만원짜리지..
시옷눈썹 만들며 기사님께 "호옥시 만원짜리 안 되죠"
기사님이 답하기 전에 들리는 음성이 있다.
"찍어 드릴게요"
내 뒤에 올라 탔던 젊은 남성
어버버 하다가 계좌이체를 해드리겠다는 나에게
쿨내 가득
"아니예요. 찍어드릴게요."
이상한 힘이 있는 쿨한 어조에
감사합니다..라고 읊조리곤 이 젊은이와 충분히 떨어진 좌석을 찾아 얼른 몸을 숨긴다.
인간의 당황은 대개 10초 내에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10초 뒤 나는 생각했다.
차라리 만원짜리를 얼른 쿨하게 내버리면 됐지 않았을까?
나는 벌 만큼 버는 직장인인데...?
그랬다면 잠깐의 당황을 뒤로한 채 저 쿨한 남성처럼 쿨하게 코트자락 휘날리며 한 좌석 차지했을 것을.
필요 이상의 생각이 더 따라 붙는다.
나보다 10살은 어릴 것으로 짐작되는 저 남성은 몇년도에 입시를 치른 학원생과 같을 것인가?
이 지나친 상상, 이 지나친 쪽팔림은
저 젊은이가 하필이면 필요 이상으로 잘생긴 것과도 관련한 것인가..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올해는 소원을 빌지 않았는데 새해 소원이 생겨 버렸다.
병오년 새해엔 좀 우아하게 살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내릴 때 거듭 감사를 표할까 말까하던 새에 사라진 젊은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