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1.드라마라고 쓰고 교과서라 부른다.

시그널 편.

by 윤지WORLD

누군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단언할 수 있겠다.

아직, 비밀의 숲과 시그널을 보지 못한 .


비밀의 숲과 시그널은 반론의 여지없는 대한민국 투탑 장르물 드라마이다.(주관적인 견해이나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난 비밀의 숲을 대략 18번쯤 보았고 시그널을 11번쯤 보았다. 그랬더니 이제는 그만 어느 경지에 이르렀냐면 노트북으로 비숲을 보다가 어느 장면에 탁 멈춰 놓고 그 장면의 원래 있었을 대본 씬을 줄줄 써내려가는 생산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내 모습과 마주해버리는 것이다. (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다.)

그래서 난 애석하게도 처음 이것들을 보면서 느꼈던 짜릿한 황홀함으로 19번째 비숲과 12번째의 시그널을 볼 수는 없기에, 누군가 나에게 아직 이 두 드라마를 보지 못한 이와 이틀의 시간(드라마를 정주행할)을 바꿔살 기회를 준다면 난 기꺼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지지고 해물 라이스 라이스 매운맛 3단계 컵밥을 먼저 한 입 먹게 해줄 용의가 있다.(이건 그만한 대가성이 있는 부분이다.)


참, 언젠가 (친)언니가 이 비숲과 시그널을 아직 보지 못한 내가 찾던 1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언니는 앞으로도 어떤 회환도 없이 그것들을 보지 않을 예정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때 이런 자신의 포부를 자랑스럽게 전하던 언니를 보고 내가 느낀 말도 못할 부러움과 근데 대체 무슨 정신으로 사는가 도통 이해할 수 없던 기억이 난다.


두 드라마에 대한 나의 애정도를 표하느라 서두가 길어졌다.

자, 난 이제 이들 드라마가 대체 어떤 부분의 무엇 때문에 나에게 하나의 우주로 다가왔는지 얘기해 보겠다.

먼저 시그널은 (내가 비숲을 더 많이 보고 비숲을 먼저 거론했으며 비숲을 나중에 심혈을 더 기울여 쓰려는 계획으로 시그널부터 쉬엄쉬엄 꺼내는 것이라고는 생각치 말아 달라.)


시그널 하면 무전이다.

다른 시대를 사는 두 남자 주인공이 무전을 통해 같은 사건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사건들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극이 진행된다. 바로 이 무전이라는 판타지적 매개체가 있기에 각자 과거와 현재를 사는 두 인물은 시공간을 넘어서 같은 사건을 합동수사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안방극장에서 시공간을 넘는 합동수사라니 이 얼마나 인터스텔라적 행보인가?

심지어 그걸 그냥 존잘 이제훈과 왜때문에 존잘 조진웅이 한다. 안 볼 이유가 없다.

아무튼 그렇게 그들이 합동수사를 하는데 그 사건들은 하나같이 그동안 대한민국에 실제로 존재했던 대형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다.

그래서 더 몰입되고 더 가슴 저려오는 그 사건들은 극이 전개되면서 등장인물의 얽히고 설킴으로 사건의 무게감과 인물들 정서의 파동이 점차 커지고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러다 이 두 남자 주인공이 왜 무전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만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판타지적 성격하의 명확한 개연성이 드러나는데 바로 이 대목에 나를 이 드라마에 11번째 충성하게 만든 결정적 씬이 있다.


그 대목은 이러하다.

전 세계 수많은 시그널 팬들은 기억을 되살려 껍데기집을 소환해주길 바란다. 껍데기집에서 처음으로 두 남자 주인공이 같은 시공간에 함께한다.

어린 박해영은 밤 늦도록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다 껍데기집으로 들어가서 오므라이스를 시키는데 그런 해영을 뒤에서 이재한 형사가 조용히 따르다 껍데기집에 들어가는 해영을 따라 들어가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해영을 지켜본다.

껍데기집 아줌마는 선술집 풍경의 껍데기집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이 이색적인 꼬마 손님을 보편적인 주인 아줌마의 자세로 돌려보내려 하고 이재한은 그런 아줌마에게 조용히 돈(오므라이스 값치곤 상당한)을 쥐어주면서 해영에게 오므라이스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로부터 그 껍데기집 아줌마는 오므라이스치곤 꽤 많은 돈을 받은 값어치로 해영이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지나는 동안 내내 그 오므라이스치곤 꽤 많은 돈을 받은 것치고도 또 꽤 많은 오므라이스를 묵묵히 해영의 성장과정 동안 해 먹여주신다.(이 껍데기집에 무궁한 영광이 있기를 바란다.)

아, 이 씬에 대한 글을 쓰면서 오므라이스를 부탁하는 이재한 형사님과 무슨 사명감이라도 있는 양 꾸준히 오므라이스를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떠올라 어김없이 가슴 먹먹해진다. 나는 이것이 바로 김은희 작가님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사건 속에 인물이 결코 가려지는 일 없게 그려내는 힘!


다시 껍데기집으로 돌아가서 성인이 된 그리고 겁나 섹시해진 자태의 해영은(박해영 경위) 유년기를 함께한 그 껍데기집에 간다.

그 껍데기집에 여전히 그 아줌마가 있다!(코로나 시국에 다시 보니 정말이지 무궁한 영광이 있는 껍데기집이다.)

아줌마에게 이재한 형사님의 존재를 물어 직접 확인한 해영은 눈시울이 약간은 붉어져 껍데기집을 나온 뒤 이런 나래이션을 한다.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는데,,,,,,

혼자가 아니었다.”


그렇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했던 어린 해영의 뒤엔 이재한 형사가 있었다. 일개 경찰로서는 차마 지켜내지 못한 해영의 가족을, 그래서 버려지듯 남겨진 해영을, 이재한 형사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뒤를 봐주심으로 한 인생을 살려 주셨던 거다.


코끝 찡해지는 이재한 형사님의 인격에 감히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이렇게 감동을 느끼게 하고 저런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한 순간이나마 갖게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작품 안에 이렇게 꼭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은, 혹은 있었으면 하는 인물을 만들어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런 저런

(되도록 선한)영향을 미치는 것. 이것이 드라마의 힘이다.

끝으로 앞으로도 집필하시는데 있어서 김은희 작가님의 인터스텔라적 행보를 기원하는 바다.


*참고로 오늘은 김은희 작가님의 악귀가 방영된다. (난 김은희 자까님의 친인척이나 지인은 아니다흐)

/ 다음화 <비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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