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작가지망생의 현생살이]1.개구리초콜릿카드.

충직한 개구리초콜릿카드 파수꾼에게 보내는 헌사.

by 윤지WORLD

1.

24년 동안 생각없이 살아온 이에게 24년을 기점으로 목표가 생긴다.

목표가 생기니 자유의지를 행하게 된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특이점이자 달콤한 유의어로 꿈이다.

꿈이란 단어는 그 꿈이란 것을 가져본 이들에게 더욱 달콤하고 허무한 것이 돼버린다.

뜬 구름 잡는 소리와 다를 바 없는 무용의 것.

살아가는 법을 까먹은 때 나아갈 길을 되찾아 주는 방향키.

외부발 현타를 종식시켜주는 슬럼프 극복제.

이 정도면 거의 개구리초콜릿카드 되시겠다.


**개구리초콜릿카드: 해리포터에서 론 위즐리가 호그와트행 기차 안에서 뽑은 초콜릿인 척하는 개구리가 나온 복불복 카드.


이 개구리초콜릿카드를 뜯지 못하고 소지한 채 9년 즈음을 살고 있다.

개구리초콜릿카드를 푸대접한 결과는 혹독하다.

9년째 같은 자리에 못 박혀, 이룬 것 없이 보낸 9년이란 시간의 중압감에 9년 어치 노폐물인 자괴감을 안고 잔다. 9년의 밤이다.

헐레벌떡 주변을 살펴 남들의 이룸을 염탐하다 화들짝 놀라는 안하던 현란한 뒷북질은 덤이다.

그 정도면 그 개구리초콜릿카드 그만 버리라고 하겠다.

개구리초콜릿카드는 뚜벅뚜벅 앞을 향해 나아가며 뜯는 날까지 우직하게 지켜낼 강인한 파수꾼들에게만 그 효용을 허하노니.


2.

꿈을 꾸라 한다. 근데 꿈은 꾸는 게 아니었다.

꿈은 이뤄지는 게 아니었고 행하는 것이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고3 때 교실에서 가장 많이 봤고 헬스장 전단지에서 그 다음으로 봤나?

위 두 경우에서 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는 자라 장담 못하지만 이 말에 동의한다.

땀은 그렇다는데 근데 꿈은? 글쎄.

배신할지도 모르겠다.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의 피땀눈물을 도매급으로 넘길 수야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꿈의 배신이 안 맞나 싶다.

꿈을 행한 이들 모두는 지난한 시간 동안 무소의 뿔을 달고 쏘썅마이웨이로 각자의 길을 뚜벅뚜벅 걸었을 거다.

그 걸음의 끝에서 누군가는 성공의 찬란함을 누렸을 것이고 어떤 끝에선 꿈의 야멸찬 배신이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배신당한 꿈은 어디로 갔을까?

행방이 묘연해졌을까?사라진 모래성이 되었나.

그렇지 않다.

배신당한 꿈은 어떤 식으로든 그들이 살아갈 인생에 가치있는 족적을 남겼거나 남길 예정이라는 생각이다.

마법사의 카드 껍질을 까고 나올 게 개구리초콜릿이 될지 황소개구리초콜릿이 될 지 모를 일이다.

다만, 그 카드를 개봉할 자격을 가진 성실하고 강인한 카드 파수꾼들은 이미 찬란하다.


3.

9년은 긴 시간이었다.

하룻밤 꿈처럼 느껴진다고 우겨본 대도 돌이켜봐서 남은 게 하나도 없을지라도 강산이 바뀌기에 일년이 채 안 남은 9년이란 시간적 사실이 남는다.

게을러터진 9년 차 개구리초콜릿카드 소지자는

그 카드를 이제 그만 버리지 않았다.

그래도 버릴 수는 없었다.

9년이 남긴 중압감과 자괴감을 이용하겠다.

문득문득 뼈 때리는 현타를 동력 삼겠다.

배신 당할지도 모를 꿈을 먼저 배신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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