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작가지망생의 현생살이]2.낯선 타인의 도시.
당신의 도시.
도착지만 정해놓고 도착지를 최대한 시골뷰로 돌아가는 아무 버스나 타고 음악을 들으면서 낯선 타인의 도시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있어빌리티한 마이카를 끌고 차가운 도시 어른의 일상을 살아가고 싶은 욕구를 누를 정도의 좋음이라 이쯤되면 취미가 맞다.
그래봤자 시내버스 내지는 시외버스라 나의 홈타운을 기점으로 서울 경기 일대를 벗어나기 힘들지만 어쩌면 내 동네나 니 동네나 거기서 거기일 도시의 곳곳은 기대 이상의 각기다른 소소함을 갖추고 있다.
가령, 분당 영통 용인 라인과 안양 평촌 범계 라인의 사뭇 이질적인 아파트 단지 블록 형태라던가 단지 내 상가의 낡은 구조물이라던가.
이런 것들이 구미에 전혀 당기지 않을 누군가를 위해 다른 카드를 꺼내자면, 그렇게 길모퉁이를 돌다 단번에 알아 본 내 카페 같은 그 카페를 발견해서 틈만 나면 달려갈 아지트로 삼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상으로 나의 지극히 사적인 취미였다.
누군가에게 이에 대해서 입을 연다면 참 창의적인 시간 낭비하고 앉았다는 애잔한 눈길을 보낼까 싶어 함부로 발설하지 않고 철저히 나만 사적으로 즐기는 중이다. (브런치는 사적 공간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대충 둘러봐도 사람들은 참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일 분 일 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기능적인 삶을 추구하는 게 정답인 도시 한복판에서 나는 마치 낯선 나라에 해외여행 온 이방인처럼 낯선 타인의 도시들을 배회하며 일상을 짬짬이 쉬어간다.
가끔은 나만 이렇게 여기 이 버스에 넋 놓고 앉아 있어도 되나? 싶은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있는데
넋 놓고 살아본 자의 경험상 기능적으로 살아가려고 작정한 자들과 그 기능적인 측면에서 종국에는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더라.
내가 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순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연락하기로 마음 먹은 순간,
살아가는 데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할 것에 대한 상념의 순간,
뜬금없이 다시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희망이 샘솟은 순간.
이 모든 순간이 다 그 방랑의 버스 안이었다는 신기한 사실을 난 의미 있게 여기기로 했다.
앞으로도 내 밥벌이를 기능적으로 열심히 하다가
어김없이 익숙한 현타가 찾아올 때,
자발적 고독에 빠지고 싶을 때,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외로움에 사무칠 때.
난 분위기는 없고 사연만 있는 여자처럼 버스에 올라타 그러나 호방하게
낯선 타인의 도시에서 그 도시의 이방인으로 삶의 활력을 충전해 가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 다운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기다려라! 다음 낯선 타인의 도시!!
jtbc 나의 해방일지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