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날이 더워서 맥주 사러 슈퍼에 갔다가 집 가는 몇 보를 못 참고는 그네를 찾았다.
성인인 나는 다리가 길지 않은 덕(?)에 이질감 없는 그네를 퇴근길에 종종 찾는 편이다.
대개 한 쌍이 다 비어 있는 밤의 그네 한 자리를 맥주가 차지한다.
근데 내가 그네만 선택적으로 이용해 몰랐는데 요즘 놀이터엔 무려 방방이 있다.
맙소사 방방은 옛날에 돈 내고 엄마한테 혼나고 탔었는데? 좋은 세상이다!
방방을 보니 몹시 타고 싶었지만 맥주를 마시고 방방을 탔다간 내 도파민을 제어하는데 실패해 11시 3분 경 방방을 타면서 괴성을 지르는 다 큰 미친년꽃다발이 있다고 관리사무소에 신고 접수 될까봐 참았다.
오늘 밤은 그네와 맥주로 충분하다.
하나가 더 있다.
오늘의 달은 슈퍼사이즈고 유난히 밝다.
그네 타다가 우연히 달과 아이컨텍하는 영광을 누렸는데 달이 너무 밝은 까닭에,
"어른인 니가 감히 놀이터에 와서 그네를 타면서 맥주를 홀짝이는 걸 내가 다 보고 있다"라고
내려다 보는 느낌이다.
달하 노피곰 도드샤 멀리곰 비추오시라다.
그래서 좌중을 살짝 살폈는데 애라곤 없어서 노키즈존인 줄 알았다.
역시, 밤의 놀이터는 어른의 것이다.
달빛 아래서 더욱 과감하게 그네를 굴려봤더니 곧 종아리랑 팔뚝이 쑤셔 온다.
밤의 놀이터에 그럼에도 왜 어른도 없는 것인지 그 이유 또한 알 것 같다.
그네에서 탈출하듯 일어나며 (맥주캔을 버리지 않고 챙기며) 방방을 한번 쳐다 보고 간다.
기다려 방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