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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월드 Aug 28. 2024

감당한다는 것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다.

<유어 아너>를 정주행하고 있다.

살인자가 된 아들을 지키려는 판사 아버지의 분투를 그린 드라마다.

근데 위어 아넌지 유아 위넌지 제목이 입력이 안 된다

나같으면 내 아들이 죽였다 아님 니 아들을 죽였다 라고 지었을 거다.

요즘 나의 현생에는

아주 오랜만에 일의 영역에서 균열이 생겼다.

나는 은근 긍정적인 사람이고 일을 잘 하는 (잘 되는?) 사람이라고 은근 자만하는 사람이기에 이번의 균열에 대해서도 응당 그래왔듯이 내 멘탈을 고수하겠지 했다.

안일했다.

난 지금 떨고 있다ㅎㅎ

티는 안 날 줄 알았으나 물질에 대한 욕망과 과한 지출이 지금 내 내면의 혼란을 아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확실한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벼랑 끝에 몰린 주인공이 갑자기 닥친 자신의 비극적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졸라게 애쓰는데 열라게 어려운!

그런 치열한 서사의 극을 찾아 다닌다는 것이다.

말도 못하게 더 끔찍한 남의 비극을 통해 나의 공포를 조금이나마 경감해 보겠다는 알량한 내면의 도망이다. 봐주겠다.

그래서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지만 7화까지 열라게 정주행하고 있는데 효과가 있다

7화까지 보고 잠깐 쉬는 타임,

갑자기 건강한 음식을 차려 먹고 산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판호 판사(손현주 배우)가 늙은 나이에 저렇게까지 생사를 오가며 분투하는데 나도 목숨 잘만 붙어 있는데 정신줄도 잡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뭐라도 되지 않겠나 싶은 거다.

그 시작은 언제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갑자기 혼란했던 내면에 평화가 깃든다.

카타르시스라는 비극의 기능을 잘 실현하는 훌륭한 시청자가 된 것에 기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훗날 대본이 안 풀리는 시점에서 내가 기억하기 바란다.

드라마의 힘은 어느 시청자가 고된 하루의 끝에서 그럼에도 살아내고 싶어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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