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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Feb 23. 2019

함피, 이 세상에 없는 풍경이어서 다시 본다.  

--나 홀로 남인도  여행 40일---여행 통신 제3호

남인도 여행 통신 제3호

     


남인도 여행 통신 백도 바다의 제3호 함피 편입니다.

우선 벵갈루루에서 함피(호스 펫) 들어갈 때는 밤 11시 슬리핑 버스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또 함피에서 고아로 갈 때는 SL기차를 탔습니다.  

좀 더 나이 들면 하기 힘든 선택일 겁니다. 

장장 9~10시간 밤 버스,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기차, 에효! 

그 고생스러운 시간들,  물론 자청한 고행의 일정을 소비해야 했던 저의  모습들은 

사진으로 보시면 짐작하시고도 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여기가 어딘가? 인도니까 당근이지!! 하면서...

슬리핑 버스의 고통은 역시 쉬~ 문제!

밤 11시에 출발하고 한 시간 남짓 달리고 휴게소에 정차,  짜내듯 볼일을 봤지만 

밤인데 에어컨은 왜 트는지 추워서 덜덜,

새벽 4시쯤 도저히 못 참아 대한의 남아의 용기로 씩씩하게 버스기사실을 노크합니다.  

새끼손가락 펼쳐 보입니다.(슬리빙 버스에서는 이 신호가 아이 햅터 피!!라는 표시) 

그 큰 버스를 세웁니다, 다른 승객들은 자느라 안 내리고(차장 시끼도 빈방? 에서 곤히 잠듬)

기사와 둘이서 노상 방뇨,  기사는 원님 덕에 나팔 불었습니다?...

벵갈루루에서 3박 했던 호텔은 체크아웃했으니 호스펫 가는 슬리핑 버스는 밤 11시 출발, 300루피(약 6천 원) 주고 두 평 정도 되는 방에서 누웠다 깼다, 저녁은 먹었는지 가물가물...
슬리핑 버스는 독주를 팍~ 마시고 약 12시간을 죽은 듯이 자는 게 최고인데... 에어컨은 왜 그리 세게 트는지 자다가 깨다가... 에효 쉬~~ 마려...

고아 편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호스펫에서 고아 가는 낮 기차라도 여간 고역이 아니더군요

밤 기차면 잠이나 들지요. 새벽에 출발하여 낮동안 달리는 기차는 정말 더 곤욕이더군요. 

바깥 풍경도 점점 싫증 나고, 책 읽는 것도 눈이 아파 스톱, 스마트폰은 먹통, 통로를 다니는 장사치들은 

짜이, 아이스크림, 과일, 도시락 등을 파느라 얼마나 크게 소리 지르고 다니는지요. 

여기는 기차 속이 아니라 시장 골목보다 더 심한 곳이더군요.

알아들을 수 없는 인도어로 떠뜨니 더욱 힘들어지더군요. 

호스펫역, 고아 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SJ 에어컨은 있는 기차
캐리어와 백팩을 철사줄 열쇠로 묶어 놓으신 거 보이시나요!
먹을 것을 사 가지고 타야 함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 또한  내가 플랜 한 일정이니까요... 

그래요!!! 남인도 40일이 그리 호락호락하리라 생각은 안 했습니다만..... 

여기는 인도니까.. 참고 또 참고 인내해야지요. 인내심 테스트하러 인도에 왔다? 맞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나를 흔드는 것들에 대해, 어려움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그것 마저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지낸 화려한 시간들입니다. 

벵갈루르에서 호스펫 슬리핑 버스 타는 이야기와, 

호스펫에서 고아 가는 SL 기차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비 루팍 샤 템플

이제 함피입니다. 

한때 남인도를 호령했던 비자야 나가르 왕조의 수도였던 함피는 

현재는 과거 그 영화를 찾아볼 수 없도록 폐허가 된 슬픈 바위산 투성이 돌무덤 같은 도시입니다. 

이 자체가 워낙 생소하다 보니 이탈리아 여행가 디콘티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이라고 했습니다.  

15세기쯤 100만 명의 군사를 기지고 있을 정도의 부곡, 비자야 나가르 왕조를 북인도 이슬람 3개국의 협공으로 무참히 파괴하고 약탈했던 곳,. 함피, 

그래서 슬픈 함피, 신들이 사는 함피,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이라고 명명합니다.  

남아있는 풍경들이 어쩌면 현 세계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가상의 공간 같은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남인도 여행에서는 꼭 함피를 방문하는 이유입니다.

남인도 여행자의 천국 함피.... 

들어가고 나오기가 힘들어서 더욱 매력적인 함피...

이렇게 긴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있기에  기운을 차리고

40일 남인도를 헤매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함피에서 고아로 가는 기차에서 적습니다.  

칠정회원 여러분, 진정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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