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남인도 40일---여행 통신 제10호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슬럼프, 위기가 한 번은 오기 마련입니다.
점차로 여행이 삶이 되고 삶이 여행이 되어간다고 낙관하기 시작하는 동안 자칫 방심하면
큰 위기가 닦치기도 하는 겁니다.
남인도 여행 통신 백도 바다의 제10호는
아라비아해의 초승달 해변 코발람, 깨랄라 주의 주도 트리밴드럼 편입니다.
코발람 비치에서 나이를 잊은 채 물속에 들어간 게 큰 실수였던 거 같습니다.
인도음식이 점점 입맛이 안 맞아 계속 남기기를 반복하면서 킹피셔 맥주로 근근이 버텨 나가는 동안
체력은 급속도로 떨어져 가는 거의 여행 30일쯤일까,
코발람 비치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갔으니...
그날 밤 된통 아팠습니다. 밤새도록 토하고 싸고 열이 펄펄... 온몸이 쑤시는 감기몸살까지..
건강하게 여행하라는 여러분들의 메시지가 왜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외국.. 그것도 남인도에서 아프니 많이 서럽더라고요.
인도의 땅끝마을 칸야꾸마리에서 꿈같은 3박 4일을 보내고 로컬버스를 타고 코발람으로 갔습니다.
여행책자에는 버스 타는 시간이 3시간이지만 5시간을 인도 사람들과 똑같이 덜컹거리며,
그렇고 그런 마을들을 숱하게 지나며,
인도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의 미소를 통과하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나중에는 괴롭기도 했습니다.
<코발람 비치>는 <신이 축복한 땅>이라 불리는 케랄라 주 제일의 해변 휴양지로
20세기 초반 영국인들에 의해 개발되기 시작해 인도 제일의 해변 리조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고아 해변에서 거의 일주일을 힐링을 하며 즐겁게 보냈습니다만
고아 해변은 광활함과 자유로운 정서와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자유분방함을 지닌 해변이라면
코발람 해변은 초승달처럼 굽은 해변과 나지막한 언덕, 등대가 있는 자연미가 있어 순수하고 차분한 해변으로 대체로 나이가 많은 서양인들이 많이 오는 곳입니다.
해변에서의 숙소 잡기는 역시 어렵습니다.
백사장이 보이면 많이 비싸고 골목으로 1~2백 미터 들어가면 싸면서 룸 컨디션도 좋은 곳이 가끔 있습니다.
해변이 안 보인다는 큰 단점은 감수해야겠습니다만 대신 울창한 야자수 나무들이 남국의 정취를 대신 채워주어 그럭저럭 지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2박을 스마트폰 앱 000으로 정했습니다.
다음 일정인 남인도에서 깎아지른 절벽이 있어 유명하다는 바르깔라 해변에서 숙박은 포기하고
병원이 있는 큰 도시인 깨랄라 주도인 트리밴드럼으로 들어갔습니다.
코발람 비치는 모래사장과 사람들, 일몰, 보고 즐긴 건 그게 전부이고
트리밴드럼, 여기서도 아파서 별로 본 게 없습니다.
동물원과 라피에르 박물관, 스리 치뜨라, 아트갤러리를 겨우 점찍듯 보았을 뿐이니까요.
트리밴드럼 병원에 가서 의사진단받고 주사약을 처방받으니 조금 낮기는 했습니다만
먹는 게 부실하니까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더군요.
입맛이 영 돌아오질 않아 우버택시를 타고 피자헛과 맥도널드를 찾아가 먹어 보지만
인도고유의 향신료 냄새는 이런 세계적인 프랜차이점 음식에도 왜 나는지
도무지 먹지를 못하고 아까운 식사비와 우버택시비만 날리고 맙니다.
호텔에서 노트북으로 한국식당을 여러번 찾아 봤지만 불행히도 없었습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한 그릇과 쇠주 한 병이면 우와! 하고 기운을 차리겠는데요...
코발람 해변의 사진과 트리밴드럼 사진이 가장 적고 빈약합니다.
몸이 아프고 마음까지 서러우니 내가 찍은 사진까지도 우울하게 찍히나 봅니다.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 진리 중에 최고의 진리입니다.
아프면 모든 게 허사입니다.
아프니 여행도 실실 싫어지기 시작하네요.
그러나 귀국하는 비행기 날짜는 정해져 있으니 나머지 일정을 포기할 수 없는 일.
또 영차영차 힘을 내어 봅니다.
여러분도 항상 건강하셔야 합니다.
건강해야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은 이번 40일간의 남인도여행기,
마지막 <나 홀로 남인도 40일, 여행통신 마무리> 편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나 홀로 남인도 여행 40일은 어제 귀국으로 끝났습니다.
1.6 ~ 2.14까지.
그러나 그동안 남인도에서 몸이 아파 마무리 짓지 못한 여행 통신 제10편을 우선 보냈습니다.
나 홀로 남인도 40일, 여행통신 마무리인 제11호도 대충 작성은 해놓았지만
곧 보내드리며 남인도 40일 여행을 마감해야 할 듯합니다.
일주일 동안 심한 독감으로 끙끙거리다 시기를 놓쳐서 아직 남인도에 남아 있는 모양새가 되었네요.
아프니 글 쓰는 것도 힘들고, 모든 게 차질이 생기는군요.
칠정회 친구님들의 염려 덕분에 이제는 건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감사하는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