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넘기며

--우리 모두는 슬픔 이상의 존재여야 하는가

by 백도바다

달력을 넘기며


진부하지만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가

4월로 달력을 넘기니 마음부터 먼저 훈훈해진다

4월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꽃으로 만들어 놓는다

사랑과 미움이 달력의 홀짝 숫자처럼 차례로 교차하지만

짧은 환희도 길지 않은 슬픔도 달력처럼 찢어 버리면 그만

내 마음의 창고에는 슬픔이 쌓이고 슬픔도 때로 시가 된다

봄을 탄 슬픔을 몇 잔 마시면 나도 꽃을 게워낼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슬픔 이상의 존재여야 하는가


눈코입 닫고 3월은 황사처럼 몽골몽골 지나갔고

4월은 혁명처럼 우우우 지나간다고?

우울한 평화가 판치는 세상에 아무 꽃 철창에라도 갇히고 싶다

꽃다지는 경쾌하게 온 산천에 비발디나 모짤트로 터지고

따스한 봄볕은 친한 친구들처럼 올망졸망 몰려다닌다

화사한 벚꽃 밑에 가지 마라

좌익분자로 몰릴지도 모른다

슬프도록 하얀 목련 밑에 서성이지 마라

떨어지는 목련꽃 뭉치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


겨울 달력에서 빠져나온 어두운 남자

벚꽃나무 밑에 앉아 백 년의 고독을 안주 삼아

소주나항주를 마시며 벚꽃비로 샤워하고 있다.


*슬픔에게도 미소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슬픔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틱낫한의 산문 <틱낫한의 평화로움> 중

d81_sgw0509[1].jpg
27_viva1143[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