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돌, 여울목 넘는 물소리
강변길 혼자 걷다가 무성히 말 거는 산새를 만나면 반갑습니다.
교교한 강물은 사람 사는 마을을 가끔 쳐다보며 흐르고 안개는 산의 온몸을 툭툭 치며
수작을 걸어보지만 산은 묵묵부답입니다.
상류를 거스르지 못하는 강물 속의 수초와 산의 품속에 안기려는
안개에 대해 명상하며 걷는 새벽 출사였습니다.
아프게 멀어져 가는 강 같은 세월이나 몇 장 찍고 다가갈수록 저만치 서 있는
산 같은 슬픔은 내 좁은 가슴으로 담아내는 여명쯤이었습니다.
버드 나뭇가지에 노랑할미새 앉았습니다.
몇 컷 그 새와 말을 나누니 금세 강물처럼 환하게 가벼워져 하류로 마냥 떠내려 간 나는
영영 돌아오기 싫어졌습니다.
모처럼 강과 산을 제대로 보았습니다.
강과 산은 그 속에 사는 모든 것을 내치지 않고 그냥 품고 삽니다. 나는 많은 것을 스스로 멀리 했지요.
아니 너무 조급하게 소유하려 했습니다. 이 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매일 강과 산을 만나야 합니다.
그러나 끝내는 강과 산이 될 수 없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여울목을 넘으며 돌돌 우는 물소리, 강의 가슴에 달빛 어리는 밤 여럿 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