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가랑 가볍게 날개가 있다.
이력서를 처음 썼다
몇 줄 안 될 줄 알았는데
뒷 장까지 이력이 따라왔다
이력의 양만큼 많이 살았다는 것인지 글씨체가 낯설다
남기고 싶었던
여백은 채워짐으로써 마음이 무거워진거 맞나
마지막으로 채울 말은
“모년 모월 모일 죽다.”
이 말은 결코 내가 쓸 수 없으니
미리 이 말을 쓰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가벼워질 수 있을까?
이력서를 쓰는 날 봄비가 내렸다
추락하는 비는 가랑가랑 가볍게
날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