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가랑가랑 가볍게 날개가 있다.

by 백도바다

이력서


이력서를 처음 썼다

몇 줄 안 될 줄 알았는데

뒷 장까지 이력이 따라왔다

이력의 양만큼 많이 살았다는 것인지 글씨체가 낯설다

남기고 싶었던

여백은 채워짐으로써 마음이 무거워진거 맞나

마지막으로 채울 말은

“모년 모월 모일 죽다.”

이 말은 결코 내가 쓸 수 없으니

미리 이 말을 쓰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가벼워질 수 있을까?


이력서를 쓰는 날 봄비가 내렸다

추락하는 비는 가랑가랑 가볍게

날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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