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색을 들키다.

--거울 속으로 사라진 그 여자

by 백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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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2kI_npXoo-8?t=2

본색을 들키다


건널목을 건너던 사내 갑자기 담배 한 대 달란다

골초는 담배를 안 피운다고 말한다

신호등 앞에서 가끔 양심을 정지시킨다


세상이 물결치며 만든 파도가 버겁다

그 파도를 사랑할 줄 모른다

원룸에 두고 온 그림자를 찾아 사람의 숲을 배회하거나

도시의 생각을 훔쳐보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다

거울을 수시로 본다 그것이 내가 하루 동안 지은 죄다

거울 속에 사는 그 여자 하루 종일 머리 빗는 모습이 음악적이다

찬 공기를 많이 움켜쥔 겨울나무의 앙상한 팔을 좋아한다

잎이 무성해지면 나도 덩달아 푸른 깃발 되어 펄럭일지도 몰라

사랑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모른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비 오는 새벽에 눈을 뜬 적이 있다

빗소리 같은 그대를 보고 싶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몽롱한 그대, 숲길 같은 침대를 흠뻑 적셨다

구두 속 양말에 구멍이 났다

밤사이 이리저리 그대 찾아 돌아다닌 탓이다

밤의 허리를 뚝 잘라 태종대로 달려갔다는 그대의 말에

으르렁거리는 슬픈 시동을 걸어 따라가고 싶지만

밤은 언제나 두렵고 미혹의 먼길이라

나의 뒷모습은 언제나 어제 분 바람이라

포기하는 게 맞다

건초더미 같은 마른 일상보다는 황홀하게 불타는 재앙을 꿈꾼다

독립을 위해 평화로운 식민지를 자주 방문한다


그대! 내 마음의 도둑,

나를 훔쳐간 지 오래여서 들뜬 나의 심장은 뜨겁게 얼어버렸다

아, 너무나 그리운 내 본색의 도둑에게

내 마음이 앉았던 자리와 어리숙한 행태를 모두 들켜버린 것이다

거울 속의 그 여자, 거울을 깨뜨리니

거울 속의 또 다른 파편이 된 거울을 통해

장편 소설 속으로 다시 숨어 버렸다

또다시 그리워

깨진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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