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대한 명상

--나무처럼 푸르게 취하리라.

by 백도바다




숲에 대한 명상

숲 속의 나무들 밤이면
온산을 걸어 다닌다
숲은 나무의 수만큼 많은 생각들 정리하느라
쉽게 잠들지 못한다
숲의 가슴을 관통하며 불던 바람
숲의 배경으로 버티고 있는 산에 가서 멈춘다
숲에 엄청난 장맛비가 쏟아져도 흔적조차 없다
숲 속 나무들에게는 한 입도 안되기 때문이다


숲은 밝은 햇살은 선별하여 들이지만
안개에게는 조건 없이 항복한다
때로는 사람들의 출입을 완강히 막기도 하지만

숲의 질서를 어기고 숲에 든 사람 길을 잃고

직립이어서 고독한 한 그루 나무로 순식간에 변할 수도 있다
숲에 들면 밤 낮 구별 없이
큰 키의 말과 작은 키의 말들이 난무하지만

언제나 침묵하며 시비는 없다

침묵은 금이며 숲이며 나무이기도 하니까


숲이 내는 음악소리 온몸 가득 숨 쉬어 본다
혹여 바람소리라 나무의 고백이라 착각하지 말자
오래 동안 해독하지 못한 저 숲 소리
많은 나날 숲에서 멀리 떨어져
면벽하며 사는 사람
회색 숲 속에서 천천히 질식당하는
녹색 숲을 그리워하는 불쌍한 사람


숲에서 태어난 나무들
숲 속에 주민 등록하고 차도 없고 집도 없지만

선량한 소시민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그 숲이 나를 무슨 무슨 나무라고 혹시 한 번 불러 준다면
수액으로 한 잔 또 한 잔
나무처럼 푸르게 취하여

비록 조금씩 흔들리더라도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키며 직립의 고통을 감내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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