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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의 떨림 May 16. 2022

꾸뻬 씨의 행복 여행 + 그림책

행복, 그 찬란함에 대해




1.   


배움1_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2_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배움3_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4_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배움5_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배움6_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배움7_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배움8_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배움9_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배움10_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배움11_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배움12_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배움15_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배움16_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배움17_행복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배움18_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배움19_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20_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배움21_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배움22_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더 배려할 줄 안다.
배움23_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

 


  싸이월드 사진첩이 복구되었다는 알람을 받았습니다. 아이디로 쓰던 메일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고, 비밀번호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며, 휴대폰 번호도 바뀌어서 조마조마했는데 예상보다 쉽게 미니홈피에 접속했습니다.  


  싸이월드에 미련이 있거나, 자료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딱 한 장의 사진을 찾고 싶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친구들과 그때의 상황이 결합되어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사진이요. 힘들 때마다 보겠다며 미니홈피에 올렸는데 싸이월드가 폐쇄되면서 더는 볼 수 없었어요. 백업을 한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요. 드디어 그 사진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빵, 터지지는 않았어요. 그냥 피식, 정도였지요. 너무 싱거워서 조금 씁쓸하더군요.


  미니홈피에는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지인이 있었고,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채 헤어진 친구가 있었고, 여전히 연락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우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행복을 바라면서 힘들어하는 제가 있었죠. '그림일기'라는 게시판에는 사진과 함께 일기를 적었는데 매번 뭐가 그렇게 우울하고, 슬프고, 아픈지요. 몇 개 읽고 나니 닭살이 돋으면서 머리가 지끈거리더라고요. 미니홈피 속의 저는 어리고, 젊고, 예쁘고, 즐겁고, 행복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왜 그걸 모른 채 많은 날을 불행하다고 여겼을까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행복할 거라는 제게 또 다른 자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뭐가 바뀌겠냐며 혀를 차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생활보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하고, 가진 것보다는 갖지 못한 것에 주목하면서 열등감을 키우고 있으니 별반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거죠. 그나마 그때보다는 주제 파악을 좀 잘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서글프기도 하네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렇게 슬플 필요도, 힘들어할 이유도 없더라고요. 냉정하게 하면 저 역시 꾸뻬 씨가 만난 사람들처럼 그만큼 불행하지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요.  



2




 그러나 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병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런 병은 꾸뻬가 학교에서 치료법을 배운 병들도 아니었다. 그들은 자녀에게 다정하지 않은 부모를 만난 것도 아니었으며,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어떤 사람을 잃은 적도 없는, 한마디로 진짜 불행한 삶을 산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행복하지도 않았다.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꾸뻬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는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질문을 던져 상대가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진료를 받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꾸뻬 씨는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사람들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꾸뻬의 진료실은 현대식 건물로 넘쳐나는 대도시 중심에 있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안락한 생활을 합니다. 배고플 때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몸이 아프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일자리를 갖고 있고, 영화관과 박물관 등을 다니며 문화생활도 즐깁니다. 꾸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으며, 직장도 갖고 있습니다. 잘 차려입은 옷에, 상당한 미모를 갖고 있기도 하고, 잃어버린 것을 다른 것으로 메울 수 있는 능력도 있지요. 그런데도 그들은 마음이 병들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하죠.


  꾸뻬는 모든 것을 갖고 있고,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왜 정신과 의사가 많은지 의문입니다.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꾸뻬는 피곤해지고, 그런 사람들의 병이 자신에게도 전염된 건 아닌지 두렵습니다. 자신이 사람들을 진정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고 느낄 때, 유명한 점술가이자 꾸뻬에게 상담을 받고 있는 이리나 부인이 꾸뻬에게 여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꾸뻬는 그녀의 조언에 여행을 결심합니다. 행복의 비밀이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찾겠다면서요.


 

3.


드디어 고양이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어.
(중략)
행복했어.
 

  이 그림책의 주인공 고양이는 꾸뻬에게 상담을 받는 사람들과 많이 닮았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려고 하죠.   


  자기를 좋아하는 분홍색 점박이 고양이를 두고 주인공 고양이는 나비를 쫓다 바위에 올라갑니다. 땅에서 조금 높게 올라오니 기분이 좋습니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죠. 고양이는 나비가 앉은 나무 밑동을 보고 그 위에 올라갑니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으니 조금 더 기분이 좋네요. 그런데 잠시 뿐입니다. 글쎄, 옆에 있는 고양이가 자기보다 더 높이 있지 뭐예요. 그 모습을 보자 금세 기분이 나빠진 고양이는 자기보다 더 높은 곳의 고양이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렇게 주인공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의 자리를 빼앗으며 더 높이, 더 더 높이, 더 더 더 높이 올라갑니다. 이제 주인공 고양이는 가장 높은 빌딩 위에 있습니다. 저 아래에 있는 고양이들을 보니 우쭐해집니다. 최고가 된 것 같아 무척 행복한데 역시 잠시 뿐입니다. 더 높은 곳을 올려다봤거든요.  


  꾸뻬에게 상담을 받는 까뜨린느는 젊고, 매력적이고, 자신의 일에 성공한 여성입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늘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남자들에 대해서 그렇죠. 그녀가 남자를 보는 기준은 까다로움을 넘어서 비현실적입니다. 친절하면서 자극적이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어야 하죠. 그게 행복의 필수 조건인데 그런 남자가 없으니 그녀는 지금 불행합니다. 문제는 까뜨린느 같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겁니다. 그들은 너무나 까다로운 조건으로 상대를 찾고, 자신의 일에 성공을 해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자기를 비교하면서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려하지요. 자기 자리를 빼앗길까 봐 불안해하면서 다른 고양이들을 쫓아버린 주인공 고양이처럼 말이에요.  


  아래를 보면서 우월감과 행복을 느끼다가도 더 높은 곳을 보면서 분노와 조급함을 느끼는 고양이가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저 역시 그중 하나고요. 그나마 고양이는 목적지를 향해 어떻게든 나아갔는데 저는 소심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욕심만 키우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네요.




매일
나는
녀석을 따라가

 

   여행을 시작한 꾸뻬는 중국에서 고등학교 친구 뱅쌍을 만납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뱅쌍은 훨씬 늙어 보이고, 피곤해 보입니다. '기업 합병'에 관한 일을 하는 그는 주당 80시간을 일한다고 합니다. 꾸뻬보다 일하는 시간이 두 배에 가깝죠. 행복하냐고 묻는 꾸뻬에게 뱅쌍은 그런 질문을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 이유로 곧 일을 그만 둘 거라 합니다. 당장은 아니고 3백만 달러를 벌고 난 뒤예요. 그게 뱅쌍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긴 최신 경향이라고 합니다. 돈을 모으고 일을 그만둔 사람들은 행복하냐고 꾸뻬가 묻자 뱅쌍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만큼 일을 하고 돈을 벌면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에 문제가 오니까요. 뱅쌍과의 대화를 통해 꾸뻬는 배움3을 얻습니다.


  배움3 _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제 주위에도 뱅쌍과 같은 사람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중 한 명이고요. '지금-여기'를 살지 못한 채 과거의 어느 날과 미래의 환상에 사로잡혀 행복은 지금 이곳에 없다고 말합니다. 것을 얻어야만,  자리에 올라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지요.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는 고양이처럼 자기가 있는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 채 말이에요.


  『내일』의 주인공은 매일 녀석을 따라갑니다. 단 한 번도 녀석의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궁금증은 더 커지죠. 혹시 녀석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는데 다들 녀석에 대해 다른 의견을 말합니다. 과학자도, 미래학자도, 점술가도 확신 있게 말하는데 주인공은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자기 눈으로 직접 보겠다고 결심하죠. 녀석을 따라잡으려 미친 듯이 달리지만 녀석은 늘 저만치 앞서갑니다. 녀석을 쫓아 어둠에 갇힌 주인공은 공포를 느낍니다. 그러다가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죠. 문득, 잊고 있던 자신의 이름이 생각납니다.


  『내일』의 주인공은 녀석에 대한 궁금증과 그를 보고 싶은 열망에 자기의 이름마저 잊었습니다. 주인공에게는 오직 녀석만 있었지요. 그 때문에 주인공은 자신과 자신의 주위를 보지 않은 채 녀석을 쫓아가기 바빴습니다. 녀석이 누구인지, 주인공의 이름이 무엇인지 손가락이 근질거리지만 꾹 참겠습니다. 직접 보면 아하, 할 거예요.


  노승은 한바탕 그 특유의 웃음을 웃고 나서 말을 이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




찰다 속에 레시피를 숨겨 두었으니 이제 비밀은 아이들 속 영원히 살아 있을 거예요.
 

  꾸뻬는 중국에 있는 사원에서 만난 노승이 자신에게 행복의 비밀을 알려 주길 바랐습니다. 꾸뻬의 기대와는 달리 노승은 여행을 마치거든 자기를 만나러 다시 이곳으로 와달라고 합니다. 꾸뻬가 다시 노승을 찾아오자 노승은 꾸뻬의 수첩에 적힌 행복에 대한 배움을 읽고는 훌륭하다며 극찬합니다. 꾸뻬는 기뻤지만 동시에 실망합니다. 노승이 새로운 정보나 가르침이나 행복에 대한 훌륭한 이론을 줄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노승과 헤어진 후 꾸뻬는 선물로 받은 찻잔 사이에서 작은 종이를 발견합니다. 거기에는 '20-13-23'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배움20_행복은 사물들을 보는 방식에 있다.

  배움13_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움23_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할머니의 팡도르』의 할머니는 강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주름이 있고, 입술은 종잇장처럼 마르고 가느다랗습니다. 나이를 잊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예요. 할머니는 죽음이 나를 잊었다며 무심하게 중얼거립니다. 오랜 기다림에 서운함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막상 사신이 문을 두드리니 할머니는 자꾸만 죽음을 연기합니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아이들에게 줄 빵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할머니의 빵은 아주 특별합니다. 누구에게도 알려진 적 없고 어디에도 기록된 적 없는 오직 할머니만의 비법으로 만든 빵이지요. 누구도 기다려 준 적 없는 사신이지만 할머니가 만든 달콤함에  임무를 완수하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꼭 할머니를 데리고 가겠다고 다짐하지만 매번 그 맛에 실패하네요.  


  이탈리아의 베파나 전설을 모티브로 한 『할머니의 팡도르』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여백과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끌고 갑니다. 둥근 몸을 한 사신은 기묘하게 생겼는데 부드럽고 포근하고 우스꽝스러워서 위압감은 조금도 없습니다. 사신은 냉정하고 무서울 거라는 선입견을 깨고 너무나 순수하고 순진해서 보는 내내 웃음이 나오죠. 자꾸만 죽음을 연기하는 할머니는 뻔뻔과는 거리가 멉니다. 너무나 다정하고 당당해서 사랑스럽습니다. 삶에 대한 미련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자신의 빵을 먹고 행복해할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할머니의 삶이 지속되었으면 하죠. 계속 이어질 생명들을 위해 자기만의 비법을 남긴 그 마음이 온기에 온기를 더합니다. 빵이 특별한 이유는 기술보다는 할머니의 사랑과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레시피에는 어떤 마음으로 빵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삶을 대해야 하는지 등도 포함되었겠죠.


  분명 할머니는 사는 내내 정이 넘쳤을 겁니다. 불만보다는 만족을 더 많이 느꼈을 거고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숙하게 맞이했듯이 힘든 순간에도 긍정적인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그 마음으로 빵을 만들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줬겠죠. 그렇게 자신의 쓸모를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의 쓸모도 인정했을 거예요.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겠지만 그 덕에 숙성되고, 더 달콤해졌겠죠. 죽음이 이토록 다정하고 따뜻할 수 있었던 건 할머니가 자신과 타인의 삶에 다정하고 따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오늘과 마지막도 이러면 좋겠어요.



4.




그런 날이 있어.

당연했던 일상이
간절한 희망으로 변해 버리는
그런 날

  정말 그런 날이 있어요. 당연했던 일상이 너무나 간절해지는 그런 날이요. 그런 날을 겪으면 시시하고 별 볼 일 없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는지를 깨닫지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뭐든 열심히 하고 뭐든 즐기겠다고도 결심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시 불만이 많고, 무기력한 저로 돌아왔더라고요. 역시 달라진 게 없다며 움츠리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와 지금이 같을 수는 없어요. 『슬픔을 건너다』의 주인공처럼 막막하고 암울한 상황을 지나오면서 저 역시 여전히 그대로이지만 전혀 달라진 모습인 거죠.


  꾸뻬의 친구 아녜스는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녀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해서 행복하다는 결론을 내린 거죠. 비교는 분명 행복을 망가뜨리지만 과거에 비해 지금이 더 행복한가 비교하는 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꾸뻬는 생각합니다.  


  싸이월드 속의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다가 고개를 젓습니다. 따지고 보니 돌아갈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때의 저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저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그래서 끌려다닌 적이 많았죠. 긍정보다는 부정을 먼저 봤고, 늘 남과 비교하면서 저를 한심하다고 평가했어요. 패배의식이 너무 깊어 매 순간 좌절했고, 매달 월세와 카드값을 걱정하면서 초조해했죠. 그러니 행복했던 순간을 어떻게 알아보겠어요. 그런데도 그때가 더 좋았다고 착각했습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잊은 채 말이죠.

 

  꾸뻬가 발견한 23가지 배움을 다시 보니 제게는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참 많습니다. 남과의 비교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집착이 제가 가진 많은 것을 가리고 있었던 거죠. 이제 그것을 알아차렸으니 조금씩 자유로워지면 되는 거죠.


  저의 행복 발견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이젠 당신의 시작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방금 '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니?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과 너를 비교해서?"
  "그렇지만은 않아. 우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이나 불행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전혀 몰라. 사실 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자신을 비교해! 내 삶의 다른 시기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지. 그러면 난 내가 지금처럼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 오유란 옮김 / 오래된미래 펴냄

* 더 높은 곳의 고양이 / 이주혜 지음 / 국민서관 펴냄

* 내일 / 백혜영 지음 / 고래뱃속 펴냄

* 할머니의 팡도르 / 안나마리아 고치 글 /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 정원정, 박서영 옮김 / 오후의 소묘 펴냄

* 슬픔을 건너다 / 홍승연 지음 / 달그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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