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4 기독교> 죽음의 과정이 두려운 당신에게

『불안』 & 『여우 나무』

by 꿈의 떨림




죽음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기독교적인 생각과 세속적인 생각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 진정한 사회관계, 자선에 대한 강조는 공통되는 것 같다. 또 권력, 군사적인 힘, 금전적인 야욕, 명예에 대한 관심을 비판하는 것도 공통되는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생각 옆에 갖다 놓으면 어떤 행동들은 하찮아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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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풍경 역시 폐허와 마찬가지로 불안을 다독여주는 효과가 있다. 폐허가 무한한 시간의 대표자이듯이 이런 풍경 역시 무한한 공간의 대표자로, 거기에 비추어보면 우리의 허약하고 수명도 짧은 몸은 나방이나 거미와 마찬가지로 보잘것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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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속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한 입장에 따르면 '다른 모든 사람처럼' 끝나고 마는 것보다 더 창피한 운명은 없다. '다른 모든 사람'이란 평범하고 순응적인 사람들, 따분한 교외 거주자들을 포괄하는 범주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생각을 하는 모든 사람의 목표는 군중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내, 자신의 재능이 허락하는 어떤 방법으로든 '튀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적 사고를 따른다면 다른 모든 사람과 같아지는 것은 전혀 재앙이 아니다. 머리가 둔하고 재능이 없고 미미한 존재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신의 피조물이며 신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따라서 신의 창조물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명예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 예수의 중심적인 주장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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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사람들 사이의 표면적 차이 너머를 보면서, 보편적인 진리에 초점을 맞추라고 한다. 이 진리를 바탕으로 공동체와 친족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잔인하거나 인내심이 없을 수도 있고, 어리석거나 우둔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공유하는 약점을 인정하면 우리는 서로 붙들고 묶일 수 있다. 우리의 약점에는 늘 두 가지 요소가 있다. 공포와 사랑에 대한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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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이해 불가능하지도 않고 혐오스럽지도 않다는 생각은 지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회적인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평범해지는 것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더 커지기 때문이다. 평범한 삶이 모욕적이고, 천박하고, 초라하고, 추하다고 생각할수록, 그 삶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욕망도 강해진다. 공동체가 부패할수록, 개인적 성취의 유혹도 강해진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현실적 맥락이나 이론적 맥락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한 가지 방법이 교회 예배의 의식과 교회 음악 연주였다.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초월적 중개자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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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이 귀중하다는 인식을 회복할 수 있을 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그런 인식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과 태도를 조성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어둡게 보지 않는다. 그럴 때 단단한 벽 뒤에 고립된 채 혼자 의기양양하게 살아가고 싶은 욕구는 약화될 것이며, 이것은 심리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유익이 된다. 이것이 공동체의 윤리에 적용할 수 있는 기독교적 통찰이다.
이상적인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존엄과 자원의 기본적 평등 덕분에 승자 옆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제어되고 경감된다. 성공하여 피어날 것이냐 아니면 실패하여 시들 것이냐 하는 이분법의 그 가혹한 칼날도 약간은 무디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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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중심 주제는 예수의 직업 선택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갈릴리의 목수들은 반숙련공으로, 큰 소득을 올릴 수 없는 불안정한 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예수는 베드로의 말을 빌리자면 "하느님의 오른편"에 계시며, 신의 아들이며, 왕 중 왕이고, 우리를 죄에서 구하려고 하나님이 보낸 존재다. 누군가가 내부에서 이런 서로 다른 두 정체성을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 즉 떠도는 장인(匠人)인 동시에 가장 거룩한 인물일 수 있다는 사실은 기독교의 지위에 대한 이해의 발판을 이룬다. 이 도식에 따르면 모든 사람이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두 가지 종류의 지위를 가진다. 하나는 직업, 소득, 평판으로 결정되는 세속적 지위다. 또 하나는 사람의 영혼과 심판의 날에 신의 눈에 드러나는 장단점으로 결정되는 영적 지위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세속적 영역에서는 권세가 있고 존경도 받아도, 영적인 영역에서는 황폐하고 부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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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단지 물질적 성공보다 영적인 성공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존중하는 가치에 매혹적인 진지함과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이를 위해 기독교는 그림, 문학, 음악, 건축을 이용하기도 했다. 기독교는 예술 작품을 이용하여 이전에는 통치자나 백성의 눈에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았던 미덕을 옹호한 것이다.



- 불안 -



"사람들이 꽤 있었던 지하철 안에서 제가 그럴 줄은 몰랐어요. 예전 같으면 자리를 피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텐데 그때는 정말 참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예수를 믿으라는 중년의 여자에게 이제 막 스무 살이 넘은 저는 조목조목 따졌어요. 성경의 모순과 예수의 치졸한 독재에 대해서 말이죠.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예수를 믿으면 살인자도 구원을 받아 천국에 가는데 예수를 믿지 않으면 선한 사람들이라 해도 지옥에 간다고 하잖아요. 그밖에 종교인들이 주장하는 많은 것들이 저를 화나게 했어요. 전지전능하고 사랑이 넘친다는 신이 왜 자기가 만들었다는 한낱 인간들을 시험하고, 벌주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저들이 말하는 '심판의 날' 역시 황당했어요. 그날 태어난 아기들은 그럼 어떻게 되느냐는 제 말에 그녀는 아기에게도 영혼이 있어서 하나님의 존재를 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간대요. 제가 반론을 제기하자 그녀가 말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부모가 믿으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부모가 믿지 않아도 성장하면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데 그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심판을 하느냐, 심판의 날을 만들어놓고 왜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하느냐 등을 따졌더니 제게 악마가 씌었대요. 그래서 저를 위해 같이 기도를 해주겠다며 손을 잡는데 너무 소름이 끼쳐서 뿌리쳤죠.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저들이 믿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신은 신뢰하지 않아요. 진정한 신이라면 자신의 힘을 내세워 사람들을 겁박하지는 않을 거예요. 단순히 자기를 믿느냐, 아니냐로만 판단해서 지옥과 천국으로 보내지도 않을 거고요. 제대로 된 신이라면 신을 믿지 않아도, 신의 존재를 부정해도, 때로는 욕을 해도 그럭저럭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고를 알아줄 테고, 신을 믿는다면서 매번 죄를 짓는 사람들은 용서하지 않겠죠. 어쩌면 신은 사랑이 넘치고, 공정하고, 올바르고, 너그럽고, 인자한 존재인데 종교인을 사칭하는 사기꾼들과 그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진정한 신의 가치와 올바른 종교인의 삶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지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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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기독교를 해법으로 내세운 이 챕터를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목차를 보는 순간, 몸을 꼬집으면서 울부짖는 기도를 강요하던 목사와 집요하게 믿음을 내세우던 친구의 엄마와 보편성과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았던 후배가 떠올라 거부하고 싶었단다. 당신은 개인적으로 만났던 기독교인들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종교인들에게 날을 세운다. 그들이 정말 종교인인가요? 내 질문에 당신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종교를 이용하는 사기꾼과 그 사기꾼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예요. 당신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그럼 종교인이 아닌 그들을 이 범주에 넣지 말아요. 그들을 종교인이라고 하는 순간, 우리는 오늘 이 주제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없어요. 당신이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주제에 반감이 있었다는 당신에게 읽고 난 후에는 어땠는지 묻는다. 음…… 생각을 정리하는 듯 당신이 눈을 가늘게 뜬다. 제대로 된 종교인을 만나고 싶어 졌어요. 당신은 올바르지 않은 종교인들 때문에 생긴 선입견을 깨고, 종교의 순기능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물론 당장은 아니에요.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아서요. 갑자기 다급하게 말하고는 민망한지 당신이 배시시 웃는다. 제가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좀 강해서요. 머리카락을 귀 뒤로 꽂으며 당신이 또 한 번 배시시 웃는다. 그래도 새겨야 할 가르침이 많더라고요. 당신은 죽기 전에 찾아야 할 삶의 의미, 물질적인 성공이 아닌 영적인 성공,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 등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책을 변경하고 싶다. 준비해 온 그림책은 그대로 가방에 넣어두고 책장 어딘가에 있을 『여우 나무』를 찾는다. 다행히 금방 눈에 띈다. 너무 오랜만이라 표지가 낯설다.




여우가 느릿느릿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숲 속 공터로 간다. 다른 동물들과 숲에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던 여우는 자기가 사랑하는 공간을 지그시 바라보며 죽는다. 나무 꼭대기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부엉이가 내려와 여우를 감싼다. 그 뒤로 다람쥐, 족제비, 곰, 사슴, 새, 토끼, 생쥐가 와서 여우를 둘러앉는다. 여우를 좋아했던 친구들은 슬픔에 잠겨 오래오래 말없이 앉아 있는다. 마침내 부엉이가 먼저 여우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 뒤로 생쥐, 곰, 토끼, 다람쥐 등 동물 친구들이 여우와의 즐겁고 다정했던 시간을 꺼내놓는다. 동물들이 추억을 나누는 동안, 여우가 누워 있던 자리에서 싹이 올라온다. 이야기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새싹이 커지고, 점점 튼튼해지고, 아름다워지더니 오렌지 나무로 자란다.


마지막까지 다 읽은 당신이 다시 한번 내용과 그림을 음미하며 천천히 책장을 넘긴다. 동물 친구들에게 여우는 아기 곰을 돌봐 주고, 도토리 파내는 걸 도와주는 다정한 친구였다. 친구들은 여우와 나란히 앉아 해 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풀숲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누가 더 많이 잡는지 내기를 하면서 추억을 쌓았다. 참 별것 아닌 일들이 이렇게 감동일 수도 있군요. 당신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간다. 그 소소한 일들이 삶에서 무척 중요한데 그것을 모르고 놓칠 때가 많으니까요. 나도 당신처럼 눈썹을 살짝 올렸다가 내린다.


여우는 이 세상에 없지만 친구들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고 있어요. 여우가 남기고 간 다정한 시간들은 오렌지 나무가 되어 살아있는 동물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었고요. 그러고 보니 여우는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사랑과 돌봄과 나눔을 실천하면서 살았네요. 그래서 오렌지 나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나 봐요.


당신은 왼손으로는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는 그림책의 표지를 쓰다듬는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약간은 쓸쓸하고, 약간은 슬퍼 보인다. 삶과 죽음이 가볍지가 않네요.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말하는 바람에 몇 개의 발음이 불분명하게 들린다. 당신은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하며 얘기를 이어간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건 재산과 지위가 아니에요. 이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여우는 정말 가치 있는 삶을 살았구나, 하다가도 겨우 이게 다야, 하는 마음이 들어요. 이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이 너무 맑고 순수해서 지나치게 감동을 받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사실 저는 친절하고 다정했던 여우의 삶보다 여우의 죽음이 너무 부러워요. 여우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나름 편안하게 죽었잖아요. 저도 제 마지막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고통을 느끼면서 힘겹게 죽고 싶지는 않거든요. 진짜 두려운 건 죽음이 아니라 죽기 직전까지의 삶이에요. 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사건에 휘말려 죽을 수도 있고,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고, 잠을 자듯 평온하게 죽을 수도 있어요. 이 책의 표지를 쓰다듬으면서 부디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어쨌든 신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으니까 누구든 제 소원을 들어달라고 했죠.


당신은 조금은 시큰둥하고, 조금은 무심하고, 대체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자세를 고친다. 끝내 참지 못하고 나는 웃음을 터뜨린다. 당신은 눈을 크게 뜨고 인상을 찡그리며 왜 웃느냐고 묻는다. 그 모습을 보니 더 크게 웃음이 나온다. 그림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손바닥으로 표지를 쓰다듬던 당신의 행동이 여우의 삶에 감동을 받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당신은 삶의 태도보다 편안한 죽음에 더 마음이 갔다고 한다. 책 표지를 쓰다듬으면서 기도를 했다는 당신의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비웃음이나 어이없어 웃었던 건 절대 아니다. 그러니 오해 없길 바란다.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 역시 삶의 과정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죠. 하지만 죽은 후에 어떤 존재로 기억될지는 우리의 몫이에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겠지만 그래도 모든 게 다 신의 뜻은 아닐 테니까요.

내 말에 당신이 가볍게 박수를 친다. 박자를 맞추듯 고갯짓까지 한다. 입술을 달싹이는 당신이 내가 한 얘기를 이어갈 줄 알았는데 불쑥 원래 갖고 온 책이 뭐였는지 묻는다. 당신의 시선이 내 가방으로 향한다. 비밀이에요. 나는 가방을 끌어안고 놀리 듯이 말한다. 궁금하다는 당신을 보며 나는 더 꼭 가방을 끌어안는다. 당신에게 장난을 쳐도 괜찮은 날이 온 것 같다.




*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은행나무 펴냄

* 여우 나무,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봄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