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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의 떨림 Sep 05. 2020

<오늘을 발견하는 날> 작은 새

- 이런 날 그림책

<이런 날 그림책>의 '날'은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어떠한 날(day)이나 경우를 의미하기도 하고 '나(나를, me)'라는 주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에 마음을 기대 울고 웃었던 기억을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을 발견하는 날> 작은 새       

                                                                                                

작은 새, 제르마노 쥘로 글, 알베르틴 그림, 이준경 옮김, 리젬 펴냄



  보통의 하루, 우리가 자칫 따분하다 여길 수 있는 그 모든 순간들이 기적임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지금밖에 겪을 수 없는 삶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가 현재의 아름다움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그 풍경 안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바라보지 못하는 찬란한 풍경 속에 있다.

  - 안녕, 소중한 사람 /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펴냄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했다. 잘 살지, 라는 질문에 매일매일 똑같지, 라는 답이 왔다. 곧바로 친구가 물었다. 너는 어때? 나도 그녀와 다르지 않은 대답을 했다. 항상 그렇지, 뭐.


언젠가부터 삶의 기대가 옅어졌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겠구나, 하는 자포자기가 깊게 깔렸다.  반복되는 일상에 감동은 사라졌고, 무기력과 무뎌짐은 점점 강해졌다. 한 번씩 별일 없는 하루에  감사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문득 내가 원하는 게 너무 커서 지금 누리고 있는 기쁨을 시시하게 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동 없는 날이라 했지만 나는 하루에 몇 번씩은 꼭 웃었다. 예쁜 것을 보면 감탄했고, 좋은 글을 보면 심장이 쿵쾅댔다. 매일 보는 사람인데도 느낌이 추가되고 수정되고 삭제됐다. 누군가를 질투하고, 불편해했지만 그보다는 고맙고 좋아하는 마음이 컸다. 


그러고 보니 그 어느 날도 똑같은 하루는 없었다. 하늘의 모양과 색깔은 시시각각 변했고 어제 마신 공기와 오늘 마신 공기가 달랐다.  방금 전까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경 쓰던 일을 까맣게 잊기도 했다.  


그림책 『작은 새』는 작은 것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그게 얼마나 값진 지, 그게 얼마나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보물인지 말한다. 그 어느 날도 똑같지 않고, 늘 다른 게 있다고 알려준다.  글은 작은 것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고, 그림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글과 그림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식상할 수 있는 주제를 지겹지 않게 해 주고 있다. 그 덕에 한 번  더 보게 되고, 한 번 더 음미하게 된다.       

                                                                                                                                                                                                               

                                             

작은 것들은 발견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잘 몰랐는데 나는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을 완수하고 있었다. 게으름을 피우면서 미룰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미뤘지만 대부분 문제없이 진행했다. 큰 성공과 성과가 없었을 뿐, 나는 지금의 행복과 내일의 안녕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렇게 매일의 오늘을 살았다. 하찮고, 시시하고, 보잘것없어도 나름 애쓰는 중이었다.


당신 역시 성실하게 오늘을 살고 있다. 꿈도 목표도 없다며 푸념하지만 당신은 원하는 대부분을 이루었고, 이루려 한다. 꿈은 원대해야 한다는 오해 때문에 자신의 욕구와 성취를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별일 없는 하루'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일상의 균열은 금방 생긴다.  


작은 것의 위대함을 무시한 채 큰 것만 쫓았다. 큰 것만 찾느라  놓쳐버린 작은 것들이 많다. 소소함이 모여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만든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이루지 못한 건 꿈이 아니라 작은 것을 발견하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 나와 당신의 하루가 작은 것으로부터  반짝이길 바란다.


  어쩌면 우리는 설렘을 잊은 것이 아니라, 행복을 잊은 것인지도 모른다. 
  설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익숙함이라는 행복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녕, 소중한 사람 /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펴냄



* 작은 새,  알베르틴 그림, 제르마노 쥘로 글, 이준경 옮김, 리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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