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X『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나는 만날 혼나.
집에서도 혼나고 학교에서도 혼나.
-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
나는 모든 것을 집 밖에서 배웠다. 집에서는 나 혼자 눈치껏 행동해야 했기 때문에 실수하기 일쑤였고 그 때문에 걸핏하면 매를 맞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때리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사고뭉치라는 것을 알아챘는지 누구나 나를 볼 때마다 망나니라느니, 나쁜 놈이라느니, 억센 털 러시아 고양이 같은 놈이라느니 하며 욕을 해 댔다. 이런 것들은 이제 생각도 하기 싫다.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나는 참지 못하고 밍기뉴에게 실패담을 털어놓았다. 시퍼렇게 멍든 눈과 누렇게 부은 얼굴로는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내 꼴을 보고 내게는 알밤을 한 대 먹이고 또또까 형에게는 일장 연설을 했다. 아버지는 절대로 형을 때리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매를 맞았다. 밍기뉴는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었다. 그러니 어떻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고 속이 상했는지 내가 이야기를 끝내자 화난 목소리로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비겁한 녀석들!”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엄마, 그렇게 화내면 얼굴에 주름 생겨."
며칠 전에 엄마한테 그렇게 말했다가 또 혼났어.
나는 엄마가 언제나 예뻤으면 해서 한 말이었는데.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다가 또 혼났어.
"좀 조용히 해!"
입학식 때는 '목소리도 크고 무척 씩씩하구나.'라고 했으면서.
-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
내 얼굴은 얼얼함으로 거의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내 눈은 아빠의 손찌검에 따라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나는 노래를 그만두어야 할지 아빠가 시키는 대로 계속 불러야 할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픈 가운데에서도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것이 내가 맞는 마지막 매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이 마지막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아빠가 손을 잠시 거두고 노래를 더 불러 보라고 소리쳤지만 난 부르지 않았다. 그 대신 경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살인자! 날 죽여라. 날 죽이고 감옥에나 가라.”
아빠는 화가 울컥 치밀었는지 흔들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차고 있던 허리띠를 풀었다. 그 허리띠에는 쇠고리가 두 개 달려 있었다. 아빠는 미친 듯이 욕을 했다. 개새끼, 쓰레기 같은 놈, 제 애비한테 욕을 해?
허리띠가 끔찍한 힘으로 내 몸을 휘감았다. 허리띠는 마치 천 개의 손가락이 달린 것처럼 내 몸 구석구석을 찾아 때리고 있었다. 나는 벽 한 모퉁이에 꼬꾸라졌다. 아빠가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나를 구하러 나선 글로리아 누나의 음성이 희미하게 들렸다. 글로리아 누나. 나와 닮은 유일한 억센 털 러시아 고양이. 아무도 글로리아 누나에겐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누나는 아빠의 손을 꽉 부여잡으며 매질을 말렸다.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내가 다 낫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렸다. 내 마음이 상한 이유는 아픔이나 매 때문이 아니었다. 식구들은 의심이 갈 정도로 내게 잘해 주었다. 그래도 무엇인가를 잃은 것처럼 허전했다. 나를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려 주고, 사람과 그들의 선한 마음을 믿게 해 줄 중요한 무엇인가가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아주 조용히 지냈다. 아무 의욕 없이 밍기뉴 곁에 멍하니 앉아 무관심하게 살을 바라보았다. 밍기뉴와 말을 주고받는 것도 싫었고 그가 하는 이야기들도 시시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동생이 내 곁에 있도록 하는 것뿐이었다.
(중략)
아빠는 내 손을 끌어다 식구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나를 아빠 무릎에 앉혔다. 그리고 내가 어지럽지 않도록 천천히 의자를 흔들었다.
“다 지나갔다, 얘야. 모두 다 끝났어. 너도 이다음에 크면 아빠가 될 거야. 그리고 살다 보면 어려운 시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거다. 하는 일마다 잘 안 되고 끝없이 절망스러울 때가 있어.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 아빠는 산뚜알레이슈 공장의 지배인이 됐어. 이제 다시는 크리스마스에 네 신발이 비어 있는 일은 없을 거다.”
아빠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아마 아빠도 살아 있는 한 절대로 그 일을 잊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여행도 많이 다니자. 엄마는 이제 일을 하지 않아도 돼. 네 누나들도 그렇고. 아직도 그 인디언 메달 갖고 있니?”
나는 주머니를 뒤져 메달을 찾아냈다.
“좋아, 다시 시계를 사서 메달을 달자. 언젠가는 네 것이 될 거야.”
‘뽀루뚜가, 탄화규소가 뭔지 아세요?'
아빠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아빠의 깔끔깔끔한 턱이 내 얼굴을 스쳐 따끔거렸다. 오래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도 역겨웠다. 나는 아빠의 무릎 밑으로 빠져나와 부엌문으로 갔다. 그곳 계단에 앉아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뒤뜰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언짢아졌다.
'저 사람은 뭣 때문에 날 무릎에 앉혔을까? 저 사람은 내 아빠가 아냐. 내 아빤 돌아가셨어. 망가라치바가 내 아빠를 죽였어.'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칠월 칠석날에, 우리 반 모두 쪽지에 소원을 적었어.
마사오아 다케시는 '축구 선수가 되게 해 주세요.'라고 쓰고
도모에는 '피아노를 잘 치게 해 주세요.'라고 썼어.
(중략)
나는 학교에 들어와서 배운 글자로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을 적었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썼지.
혼나지 안케
해 주새요
-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
그는 너무 감격한 나무지 벌떡 일어나 내 앉아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쥐었다.
"너, 내 아들이 되고 싶은 거냐?"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선택할 수는 없잖아요. 만약에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을 선택할 거예요."
"정말이냐, 꼬마야?"
(중략)
"내가 없어지면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기뻐할 거예요. 모두들 한시름 놓을 거라구요. 글로리아 누나랑 안또니오 형 사이에 누나가 한 명 더 있었는데 북쪽에 양녀로 줘 버렸어요. 그래서 그 누나는 지금 부자 사촌네랑 같이 살면서 공부해요. 이제 다 컸어요."
그는 계속 잠자코 있었다.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만약 아빠가 안 주겠다고 하면 날 사겠다고 하세요. 아빤 돈이 한 푼도 없으시거든요. 아빠는 분명 날 팔 거예요. 만약에 돈을 많이 달라고 하면 자꼽 아저씨가 물건 팔 때처럼 나눠서 내도 될 거예요……."
그가 계속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나는 제자리로 돌아누웠다.
"있잖아요, 뽀르뚜가! 나를 아들로 삼기 싫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당신을 울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그는 아주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차가 아주 천천히 달리는 동안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동차마저도 우리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는 것 같았다.
"너는 나하고 있을 땐 비단같이 부드럽고 착해. 네 선생님하고 있을 때도. 네 선생님 성함이 뭐라고 했지?"
"쎄실리아 빠임이요. 선생님 한쪽 눈에 점이 나 있는 건 알지요?"
그는 웃었다.
"그러니까, 쎄실리아 빠임 선생님은 네가 학교 밖에서 못된 짓을 저지르고 다닌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그랬지. 네 동생이나 글로리아랑 있을 때도 넌 아주 착해.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변하지?"
"저도 모르겠어요. 집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일도 장난이 돼 버려요. 내가 나쁜 짓을 저지른다는 걸 온 동네가 다 알아요. 악마가 내 귀에다 대고 나쁜 일을 불어넣나 봐요. 안 그러면 에드문두 아저씨 말처럼 어떻게 그 많은 장난을 혼자서 만들어 내겠어요. "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