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X 『모모』
단지 당신이 우울하다는 소식을 들었소.
내가? 누가 그래?
누가 그랬냐면 말이지,
내 친구의 친구의
사돈의 이종사촌의
옆집에 살았던
이웃의 삼촌의 고모의
당숙의 사돈의 형이
쓰레기를 버리다
할머니와 얘기하는 걸
들었소.
(중략)
난 생각이 많을 뿐이야.
우울 따윈 하지 않아.
-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모모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문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끔, 그렇게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모모에게 말을 하다 보면 수줍음이 많은 사람도 어느덧 거침이 없는 대담한 사람이 되었다. 불행한 사람, 억눌린 사람은 마음이 밝아지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 내 인생은 실패했고 아무 의미도 없다, 나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마치 망가진 냄비처럼 언제라도 다른 사람으로 대치될 수 있는 그저 그런 수백만의 평범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모모를 찾아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 그 사람은 말을 하는 중에 벌써 어느새 자기가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모모는 그렇게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 모모 -
그는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안정을 잃어 갔다. 시간을 알뜰하게 쪼개 썼지만 손톱만큼의 자투리 시간도 남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시간은 수수께끼처럼 그냥 사라져 버렸다. 그의 하루하루는 점점 더 짧아졌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나중에는 그 속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갔는가 하면, 한 달이 지나갔고, 한 해, 또 한 해 또 한 해가 후딱 지나갔다.
그는 회색 신사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그러니 그 시간들이 지금 어디로 갔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만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푸지 씨는 편집증에 걸린 사람처럼 시간을 아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정말 빠르고 점점 더 빨리 흘러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라도 하면, 기겁해서 이를 악물고 더욱더 시간을 아껴 쓰는 것이었다.
대도시에는 어느새 푸지 씨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시간 절약”을 시작한 사람들은 날마다 늘어났다. 그들의 수가 늘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앞사람의 행동을 따랐다.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도 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중략)
하지만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점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 그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 모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