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 있는 배우의 거만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능'이
곧 능력 그 자체라고 믿어버립니다.
하지만
사실은 끝없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재능을 키우는 것이지요
-심리학자 캐럴 드웩-
학창 시절.
난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안 띄지도 않은 학생이었다. 사실 눈에 띄는 학생에 가깝긴 했다. 반 친구들 웃기는 거 좋아하고 노래, 춤도 좋아하고 체육도 좋아했으니 안 띄래야 안 띌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가정환경 때문에 우울한 날이 많아서 그랬지 제법 활발한 학생이었다. 말도 재미있게 하고 노래도 잘하고 운동도 잘해서 난 여러모로 끼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당시) 극'I'였던 난 이를 크게 발산하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 때 품은 배우라는 꿈을 혼자 조용히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하며 살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기가 두려웠다.
행여나
"니가? 너 같은 애가 무슨 배우야?"
라는 소리를 들을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어쨌든 난 배우가 됐다. 초기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난 배우로서의 감각을 타고났다고 여겼다. 소위 끼가 넘친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잘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다양한 연출님과 배우들을 만나면서 난 그다지 재능도 끼도 센스도 없는 배우임을 알았다. 알았지만 이를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 아니 그냥 부정했다.
왜?
재능이 없다고 인정해 버리면 내 꿈이 과자처럼 부서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거만한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 정도는 해. 나를 시기하는구나? 나도 연극영화과 나왔으면 너보단 잘하겠다'
그러면서 함께하는 배우의 연기력을 은근히 깎아내렸다. 그래야 내가 돋보이고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참 어리석고 거만하기 짝이 없는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