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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오랑 Feb 16. 2024

전 끼가 넘쳐흘러요

인생도처유상수, 우리 주위엔 고수가 많다

고등학교 때 아침, 점심, 저녁으로 농구를 했다. 


드리블은 못했지만 골 넣는 감각이 타고나 농구가 재미있었고 농구하는 시간만 기다려졌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농구를 하니 실력이 꽤 늘었고 어느 정도 잘하는 편이 됐다. 아니 스스로 농구를 잘한다고 믿었다.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학교 농구부와 시합을 하게 되었다.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질 거 같지 않았다. 져도 아슬아슬하게 질 거로 생각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신이 예상한 대로다. 엄청 깨졌다. 처절하게 깨졌다. 그때 알았다. 내 실력이 형편없다는 걸 말이다. 뜬금없이 어린 시절 농구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배우를 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난 연:기를 느낌으로만 했다. 연기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소위 끼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우 생활을 하며 나만큼의 끼와 재능을 가진 사람은 수두룩했고 그 이상의 능력을 갖춘 사람도 꽤 많았다.


누구나 끼가 있고 재능이 있다. 특히 배우가 되겠다는 사람은 더더욱. 그러니 자신이 끼가 있다거나 주변에서 '넌 연예인 해야 돼.'라는 말만 믿고 경거망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쳇말로, 자신의 끼만 믿고 까불지 말라는 거다. 나처럼 되기 싫으면 말이다. 자신의 끼를 지나치게 맹신하면 머지않아 우물 안에서만 보이는 하늘을 세상의 전부라고 느끼는 개구리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분야를 막론하고 재능이 있어야 성공한다고 여긴다. 또는 환경(금수저 등)이 좋아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겪어온 바로는 이는 틀린 견해에 가깝다.


20년 넘는 사회생활과 17년 간의 배우 생활을 하며 경험으로 깨달았다. 끼와 재능만으로 실력이 갈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보단 연:기에 대한 진실성과 진지함, 대본 분석 능력, 끊임없는 화술 연습, 배우려는 태도 등에서 실력이 갈린다. (뻔한 말일 수 있지만) 재능보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이 노력이라는 놈이 재능을 뛰어넘는 능력이 된다.


만약 당신이 끼가 많다고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연예인의 끼가 있다며 부추긴다면 그것에 속지 않았으면 한다. 끼 많은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많고 끼만으로는 할 수 없다.


물론 끼가 있다는 건 중요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끼, 재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끼만 믿고 섣불리 덤볐다간 나처럼 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끼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이 있다. 인생 도처에 상수가 있다는 뜻으로, 쉽게 풀이하면 '우리 삶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라는 말이다.


항상 이 말을 인지하여 자만과 오만함을 잠시 내려놓길 바란다. 아니, 우리의 자만과 오만을 잠재워줄 고수를 인지하여 그들의 정신과 능력을 배웠으면 한다. 여러분은 부디 나처럼 오만과 거만에 빠져 실력을 향상할 기회를 부디 잃지 않길 바란다.



'아. 자만에 빠지지 않고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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