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어느덧 2020년도 2주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다는 말보다 더 어울리는 말을 찾기가 힘든 올 한 해였다.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바꾼 코로나19를 빼놓고 2020년을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도 퇴사와 이직이라는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느껴지는 건 기억에 남는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라고 하는 이야기도 봤는데 남들은 올 한 해 한 것 없이 1년이 지나갔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꽤나 특별한 한 해였다.
올해를 돌아보면서 다른 것들도 순위를 매길 수는 있지만 다른 것보다는 나름 가장 뿌듯한(?) 소비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앞 광고도 뒷 광고도 아니지만 특정 제품을 언급해야만 한다. 바로 브리타 정수기. #내돈내산
사진 출처: 공식 홈페이지
브리타 정수기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2020년 올해 최고의 소비로 꼽는 이유는 바로 친환경이라는 점이다. 브리타 정수기를 사용하면 생수를 사 먹는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일회용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페트병 그 자체, 페트병의 라벨, 페트병들을 포장할 때 쓰는 비닐까지. 특히 페트병 라벨은 분리 배출해야 하지만 생수병에서 떼어내는 게 어렵기 때문에 이 라벨을 분리 배출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추어 한 회사에서는 최근에 라벨이 없는 생수병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비닐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쓰던 세제통을 가져와서 세제 내용물만 다시 채워갈 수 있도록 만든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인 기업도 있다. 기업의 최우선 목적은 이윤이지만, 이제 단순히 이윤만 생각하기보다는 사회적 책임도 함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이제 환경은 더 이상 모른 척해서는 안 되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늘어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로 인해 일회용품 소비가 급증했고, 마스크를 매일 쓰고 버리다 보니 쓰레기 폐기장이 모자랄 정도로 쓰레기 폐기물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쓰레기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단어까지 생겨난 상황이다. 얼마 전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쓰레기 팬데믹 관련 방송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방송을 보니 이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였다.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기 위해 매번 마스크 줄을 잘라서 버리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는 이 문제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기존에도 일회용품 사용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불편하긴 했지만, 불편해하면서도 편리함에 익숙해져 불편한 마음을 모른척하곤 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나 하나라도'라고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올해 봄에 코로나19 때문에 세계 많은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고 사람들이 활동을 멈추자 하늘이 정말 깨끗해진 적이 있었다. 한국도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이 열렸었다. 그때는 코로나가 지구를 살렸다고 했는데, 이제 코로나가 다시 지구를 죽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다시 브리타 정수기 이야기로 돌아오면, 브리타도 필터를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기 때문에 브리타 정수기 사용이 완벽하게 쓰레기를 없애준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큰 정수기에 비해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가볍고, 냉장고에 넣을 수도 있고 상온에 놓아도 되고, 획기적으로 적은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택배기사님들을 힘들게 할 필요도 없는 꽤나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모든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는 힘들겠지만,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줄여나가는 방법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소비자의 권리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마켓컬리가 좋은 사례인데 마켓컬리를 처음 시켰을 때, 배송시킨 물품에 비해 포장이 너무 과해서 그다음부터 마켓컬리 시키기가 꺼려졌었다. 왠지 지구에 미안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데, 소비자들이 다 같이 목소리를 내자(욕 많이 먹음;) 마켓컬리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과대포장 경향이 남아있어서 마켓컬리는 잘 안 시키게 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고 마스크도 계속 써야 한다. 하지만 장바구니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친환경에 투자하는 기업을 지지하고, 배달음식을 받을 때 일회용 수저 안 받기처럼 작은 것에라도 동참한다면 코로나19 이후에 다시 만날 지구가 조금은 덜 아프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다짐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테이크아웃 잔 대신에 텀블러를 들고 다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