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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Dec 05. 2020

천재가 아니면 어떤가요

프라하(Prague)와 아마데우스(Amadeus)

 2010년대 초중반인가 어느 순간부터 동유럽이 한국인들의 새로운 여행 성지로 떠올랐다. 동유럽은 유럽 특유의 이국적인 풍경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물가는 북유럽이나 서유럽에 비해 싼 편이라 여행하기에 좋다. 물가 비싼 곳 가면 맥주도 마음 편히 못마시니깐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세 국가이다. 헝가리는 아직 못 가봤지만 체코랑 오스트리아 두 국가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둘 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들이다. 두 국가의 수도를 놓고 비교하면, 빈이 좀 더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이라면 프라하는 비교적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다.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위대한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이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린 <아마데우스>라는 영화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 죽기 전까지 빈의 궁정에서 활동했지만,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는 빈의 현대화된 모습 때문에 체코의 프라하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모차르트의 대작 「돈 조반니」가 프라하에서 초연되면서 모차르트가 생전에 4년 정도를 지내기도 했으며 이 영화의 감독인 '밀로스 포만'도 체코 출신이다.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는 빨간 지붕의 프라하 모습을 보면 왜 <아마데우스>의 촬영을 프라하에서 했는지 이해가 된다. <아마데우스>뿐만 아니라 <미션 임파서블>, <007 카지노 로열>, <뷰티 인사이드> 등 많은 영화들이 프라하의 아름다움을 빌려 영화를 찍었다.

직접 찍은 프라하 사진들, 아마데우스 촬영지 중 하나인 수도원(좌)과 구시가지 광장(우)


 살리에와 모차르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아마데우스>는 압도적인 천재(天材) 앞에서 무너지는 범인(凡人)의 이야기를 다뤘다. 살리에가 보기에 모차르트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지만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무엇이든 쉽게 이뤄냈다. 궁정에도 어렵지 않게 입성하고, 작품도 빠르게 완성하고, 사람들의 환심도 손쉽게 얻고, 작품 상연도 수월하게 해낸다. 그런 모차르트를 옆에서 보면서 살리에르는 자격지심과 질투에 괴로워하며 매일매일을 보낸다. 자신과 다르게 무절제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도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차르트를 보면서 그는 자신에게 음악에 대한 사랑과 성공에 대한 욕망을 주셨지만 재능을 주지 않았다고 신을 원망한다. 살리에리만큼은 아니었지만 항상 그런 천재들을 보면 나도 참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사실 살리에리도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궁정 악장을 할 정도면 비록 모차르트만큼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도 진정한 범인(범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아마데우스>라는 영화 때문에 그의 음악성이 희석되고 모차르트를 질투하고 시기한 나쁜 사람이라는 프레임 속으로만 갇혀버렸다. 


 영화에서 극적인 재미를 위해 과장된 면도 있고, 살리에리도 어느 정도의 천재였을 것이라고 앞에서 언급하기는 했지만, 희대의 천재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진 그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재능을 갖고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천재 앞에서는 다들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천재가 아니면 어떤가, 천재가 아니어도 인생을 잘 살아갈 가치와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지금 엄청난 고민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일필휘지로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천재 작가들이 부럽다. 하지만 이제는 천재도 그냥 재능만 가지고 천재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는  나이이다. 우리가 천재라고 알고 있는 위대한 화가, 운동선수들도 단순한 재능 하나만으로 천재라고 인정받은 게 아니라,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천재로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이다. 에디슨도 말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고. (물론 에디슨이 엄청난 노력을 해도 자신과 같이 영감이 없으면 이뤄낼 수 없다는 자만심의 뜻으로 얘기했다는 썰도 있다).


 여기서 생각해볼 만한 게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쉽게 가진 사람을 만나서 오히려 주변의 누군가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닐까. 누구나 완벽하게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모차르트는 천재적이었지만 항상 불안정했고 병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혹시 모를 일이지 않는가. 모차르트도 살리에리를 부러워했을지. 그러니까 우리 모두 천재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 시대 의복을 입고 프라하 국립극장, 스트라호프 수도원 등 중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에서 찍은 영화의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나 자신이 그 시대에서 모차르트, 그리고 살리에리와 함께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물리적으로 함께 하는 동시에 비운의 노력형 인재 살리에리에게 공감이 가서 마음으로도 함께 하는 느낌을 주는 <아마데우스>를 프라하 가기 전에 꼭 한 번씩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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