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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Dec 06. 2020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사는 곳

이스탄불(Istanbul)과 고양이 케디(Kedi)

 유럽인지 아시아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몇몇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러시아와 터키이다. 지리적으로도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있고, 문화적으로나 유전적으로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유럽과는 조금 다른 곳.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모스크바 가서 크리스마스 보내기’가 30대가 가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인데 언제쯤 이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전방에서 고생하고 있는 각 분야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얼른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다시 터키 이야기로 돌아오면, 터키라는 나라 자체도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있지만 터키의 가장 큰 도시인 이스탄불도 보스 프루스 해협을 경계로 아시아와 유럽으로 나뉘어있다. (TMI, 터키의 수도는 이스탄불이 아니라 앙카라이다.) 유럽, 아시아, 중동의 문화들이 다 어우러져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는 이스탄불은 기원전부터 대제국의 수도 역할을 했으며, 지리적 특성 때문에 동서양 교역의 중심지로 오랜 시간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 제국을 점령한 후에도 어느 정도의 차별과 억압은 있었지만 피정복민들의 원래 종교를 용인해준 덕분에 여러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다문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도시이다.


 다른 종교를 가진, 다른 국가 출신의 사람들뿐 아니라 이스탄불 사람들이 또 함께 어울려 사는 존재가 있다. 바로 고양이이다. 이슬람에서 개를 부정한 동물로 여기는 것과 달리 고양이는 고귀하고 특별한 존재로 절대적인 사랑과 존중을 받고 있다. 마호메드가 고양이를 특별히 좋아했고, 고양이가 마호메드의 목숨을 살렸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이슬람에서 고양이는 특별한 존재이며, 존중받는 존재이다.  


 이런 이스탄불의 고양이들을 찍은  <고양이 케디>는 마치 케디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주인공일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이지만 한 마리가 아닌 일곱 마리의 고양이를 밤낮없이 지켜보면서 찍은 다큐멘터리이다. 고양이를 따라다니면서 찍은 장면들을 통해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스탄불의 아름다운 유적을 배경으로 고양이와 함께하는 이스탄불, 이스탄불과 함께하는 고양이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고양이는 자고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고양이와 이스탄불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매우 우호적이다. 최근 이스탄불의 유명한 고양이가 숨을 거둔 것이 뉴스가 될 정도로, 이스탄불과 고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뉴스 기사 참고: 16년간 성소피아 지킨 '스타' 고양이 하늘나라로  https://bizn.donga.com/3/all/20201109/103864773/1)


 기사에 언급된 아야 소피아야말로 바로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사는 다문화의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잔틴 제국 당시 세워진 아야 소피아는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옛 이름)이 오스만 제국에 의해 점령당하면서 왕실의 모스크로 개조되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야 소피아를 정교회의 교회로 그대로 두었다면 최선이었겠지만, 아야 소피아를 완전히 부수지 않고 일정 부분 개조를 통해 모스크로 만든 것만으로도 문화의 융합을 보여준 적절한 예시라고 생각한다. 터키 공화국이 되면서 부분적 개조도 반성하며 박물관으로 만들었고 유네스코에서는 이 아름다운 성당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다만, 이렇게 모두가 열심히 지켜온 아야 소피아를 터키는 얼마 전에 끔찍한 결정을 통해 박물관에서 다시 모스크로 전환해버렸다. 모두가 어울려 사는 다문화의 대표 도시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었을까. 적어도 내가 본 이스탄불은 그렇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내가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버린 것인지 고민에 잠기게 한다.


 사실 터키를 유럽이라고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터키가 아직 EU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신기하게도 유로파리그에는 터키를 껴주면서, EU에는 껴주지 않는다. 그 뒷배경에는 EU에 가입시켜주는 순간 EU 국가들끼리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터키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몰려올 것을 두려워하는 EU 국가들의 단면이 있다. 그만큼 터키에서도 터키를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인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한 배경에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지지율을 잃은 대통령의 정치적인 계산이 숨어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스탄불에도 점점 인구가 늘면서 고양이의 터전이 줄고 있다는데 모두가 같이 어울려 살려면 특정 조건들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천 년을 넘게 종교와 교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리고, 다문화의 융복합 기지 역할을 했던 이스탄불이 앞으로도 고양이와 더불어 사는 모습을 쭉 지켜나가길 조심스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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