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캔두 Jan 09. 2021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랑, 그리고 노래의 힘

잘츠부르크(Salzburg)와 사운드오브뮤직(Sound of Music)

Do-re-mi, do-re-mi
The first three notes just happen to be
Do-re-mi, do-re-mi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노래인 도레미송. 이 노래와 같이 영화를 떠올리면 사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밝기만 한 영화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사운드 오브 뮤직>은 마냥 밝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아름다운 알프스의 자연과 아기자기한 OST 덕에 밝고 경쾌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나름 인류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바로 2차 세계 대전이다. 정확히는 히틀러가 활동을 시작한 2차 대전 직전의 시점이다. <우먼 인 골드> 작품을 이야기했을 때도 언급했었지만,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출신임에도 오스트리아를 잔인하게 짓밟았다.


 내가 직접 가봤던 도시와 영화를 연결해서 작성한 글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우먼 인 골드> 편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방진 소리를 했었는데, 이번 편에서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면 노래와 풍경, 대령과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시대적 배경을 알고 나면 그들이 오스트리아를 무사히 탈출했기를 바라며 이야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폰 트랩 대령은 독일에서 징집 명령이 떨어지지만 조국을 등지고 독일군으로 참전할 수 없었기에 마리아 그리고 7명의 아이들과 함께 스위스로 피신한다. 시대적 맥락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는 대령의 이러한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에 앞서 말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수녀원에서 수녀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지만 수녀원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노래를 좋아하는 마리아. 수녀원의 규칙을 어긴 죄로 폰 트랩 대령의 집에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폰 트랩 대령은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인인 사람. 아이들도 마치 군인처럼 점호를 외치게 하며, 다 똑같은 옷을 입히는 등 군대식으로 엄하게 기르고 있었다. 당연히 마리아는 그런 대령과 아이들의 교육 방식에 큰 의견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마리아의 자유로운 교육 방식이 더 맞았던 것 같다. 아이들을 아이답게 기르는 것. 부러운 교육 방식이다. 잘츠부르크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옆에 두고 실내에만 앉아서 책만 읽기에는 너무 아까운 환경이니까 말이다.


 폰 트랩 대령이 집을 비운 동안 본인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아이답게 대하는 마리아. 아이들도 마리아에게 마음을 열고 노래를 부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동시에, 군대식 규율에서 벗어나 아이다워진다. 마리아와 아이들은 돌아온 폰 트랩 대령에게 노래와 인형극을 보여주고, 폰 트랩 대령도 마리아의 교육 방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서로에게 벽이 있던 폰 트랩 대령과 아이들은 노래를 통해 다시 가까워지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다. 역시 음악과 미술, 글, 영화 등 예술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사실 폰 트랩 대령은 재혼하기 위한 상대방을 데리러 갔던 것인데, 슈레이더 부인을 데리고 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은 오히려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은 서로 달라도 너무 달랐지만 둘의 사랑 앞에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 행복한 꽃길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능력 있는 군인이었던 폰 트랩 대령이 독일군에 징집되고 만 것. 오스트리아에 대한 애국심이 각별했던 폰 트랩 대령은 절대 독일군으로 참전할 수 없기에 가족들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탈출한다. 합창대회를 기회 삼아 힘겹게 오스트리아를 탈출하는 9명의 가족과 함께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알프스의 만년설과 푸른 초원은 아이들이 처음 마리아와 도레미송을 부를 때, 그리고 9명의 가족이 서로 손을 잡고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을 때 도드라지게 배경으로서 역할을 한다. 도레미송을 부르는 장면에서는 해당 장면의 사랑스러움을 배가시켜주지만, 가족들이 국경을 넘을 때는 알프스의 만년설이 서늘한 느낌마저 준다. 같은 배경이라도 어떤 맥락이냐에 따라 다른 기능을 하는 것이다. 알프스를 뒷배로 가지고 있는 잘츠부르크는 수도인 빈에 비해서는 사실 볼 게 많지도 않은 작은 도시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특별한 도시다. 그만큼 <사운드 오브 뮤직>도 거창하지는 않아도 매력적인 최고의 뮤지컬 영화이다.

이전 09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 진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