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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Jul 10. 2020

[공공미술] 청계천과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


프랭크 스텔라<꽃이 피는 구조물: 아마벨>  1997 , 조나단 보롭스키   <해머링 맨)>  2002



공공미술 그리고 1 퍼센트 법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시간을 내서 방문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수많은 미술 작품을 길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대중을 위한 미술’이라는 의미를 가진 ‘공공미술(Public Art, 公共美術)’ 작품이 바로 그것인데요. 공공미술은 소수의 엘리트나 미술애호가만을 위한 미술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미술을 의미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입장료를 내거나 특정한 공간에 시간을 내서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술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공미술 작품은 도심 지역,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고, 조각, 벽화, 가구의 형태,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1 퍼센트 법’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이 법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공공미술을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1 퍼센트 법’이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만 제곱미터의 건축물을 지을 때 총 건축 비용의 1퍼센트 이하를 미술품에 쓰도록 지정해 놓은 법이랍니다. 한국에서는 1995년부터 시행됐어요.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 설치된 조나단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의 <해머링 맨(Hammering Man)>, 포스코 빌딩 앞에 놓인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아마벨(Amabel)>, 서울 프레스센터 앞 이우환의 <Relatum> 등이 그 예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도시환경 개선, 미술시장 활성화 등이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심의 과정의 불공정성 혹은 부당한 리베이트 등 형식적인 작품 설치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요. 모든 제도에는 그 틈새를 파고들어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문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겠지요!


클래스 올덴버그 & 코샤 밴 브룽겐  Claes Oldenburg  & Coosje van Bruggen <스프링 Spring> 2006 


청계천,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


가장 먼저 서울 도심 한 가운데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미술 작품을 하나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계천 광장 초입에 세워져 있는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와 코샤 밴 브룽겐(Coosje van Bruggen)의 <스프링(Spring)>(2006)입니다. 광화문 광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지나쳐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잘 떠오르지 않는다구요? <스프링>은 높이 20m, 지름 6m, 중량 9톤에 이르는 거대한 작품으로, 다슬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관은 짙은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도색되어 있으며, 안쪽은 아이보리빛을 띱니다. 이 작품의 형태는 청계천에서 샘솟는 물을 표현하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해가 진 후에는 조명을 켜서 작품 앞의 연못에는 조형물의 입구가 보름달처럼 비치게 했습니다. 제작비는 총 34억 원으로, 경비는 전액 KT에서 기부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품 자체보다도 공론화 과정 없이(국내 작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의 절차없이)  일방적으로 해외 유명 작가를 선정해 작품을 설치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일부 미술계 인사들은 <스프링>의 설치가 청계천 복원을 기념할 대형 조형물을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를 내세우고 싶었던 이명박 서울시장의 볼도저식 행정이라고 비난하였습니다. 뾰족하게 치솟은 형상의 <스프링>은 주변경관과도 어울리지 않으며, 청계천의 역사적 맥락이나 의미와도 연관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꼭 한국 작가만이 청계천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클래스 올덴버그 & 코샤 밴 브룽겐  Claes Oldenburg  & Coosje van Bruggen <셔틀콕 Shuttlecocks> 1994                  


클래스 올덴버그는 스웨덴 태생의 미국 조각가입니다. 그는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로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거대한 크기로 확대하여 설치하는 공공미술 작품들을 다수 제작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초창기에는 부드러운 조각이라고 하여, 친숙한 오브제의 질감을 바꾼 조각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1976년 이후 독일계 미국인인 코샤 밴 브룽겐과 공동으로 제작하며, 1977년 이 둘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이 둘의 웹사이트인 http://oldenburgvanbruggen.com/에 접속하면 이전 작품들을 전부 이미지로 확인해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976년의 <옷핀(Clothespin)>, 1988년의 <스푼과 체리(Spoonbridge and Cherry>, 1994년의 <셔틀콕(Shuttlecocks> 등이 있습니다. 푸른 하늘과 초록빛 잔디, 그 위에 놓여진 원색의 단순한 그의 작품들은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상적인 사물의 외형을 띄고 있어,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 본다고 하더라도 전혀 어렵다거나 불편감을 느끼지 않고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답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셔틀콕은 알루미늄, 플라스틱을 재료로 한 5.5m 높이의 대형 조각으로 만들어집니다. 분명히 친숙한 대상이지만, 관람자의 몸보다 4배 이상 큰 크기로 확대되어 보는 사람들은 일견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스프링> 역시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일상적 이미지를 통해 미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깬 작품같기도 합니다. <스프링> 작품은 방문객이 던진 동전, 시위용품 투척 등으로 페인트 손상과 부식이 심해 설치된 지 11년만인 2017년, 재도색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광화문을 지날 때마다 많은 시민들이 <스프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거나 동전을 던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 그것이야 말로 작가가 진짜 원했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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