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부자 105화
모임에 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모습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이전 그대로의 얼굴, 이전 그대로의 키, 이전 그대로의 성격, 이전 그대로의 생각이었다. 각자 근황을 이야기 하는데 이전의 나였다면 모든 이야기에 진심으로 웃으며 동조할 수 있었지만, 현재의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기에 각자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응원해주면 되는 것인데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나의 생각만 바뀐 것이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었기 때문이다.
각자가 앞으로의 주된 계획을 얘기했다.
한 친구는 YOLO를 모토삼아 빚으로 해외 여행을 간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사고 싶었던 것을 할인 받기 위해 신용카드를 새로 만든다고 했다.
나의 계획은 연매출 5천억을 올린 기업의 대표를 만나러 갈 예정이었다.
순간 나의 계획이 그 분위기에서 너무 동떨어진 것이라 느껴져 차마 얘기하지 못했다. 그저 동조하는 척 고개만 끄덕였다. 물론 서로의 관심사가 다른 것 뿐이니 각자의 계획들 중 무엇이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는 없다.
빚으로 여행을 간다 하더라도 그곳에서의 폭넓은 경험이 앞으로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집값이 오른다면 투자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다.
신용카드 관리만 잘한다면 신용카드가 많아져도 사려했던 물건을 싸게 산 것이기에 분명 이득이 된다.
기업의 대표를 만난다해서 그것이 꼭 가치있는 일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시 말해서 나의 계획만 생산적이고, 친구들의 계획은 소비적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각자의 인생이기에 각자의 계획대로 사는 것이 정답이다. 동조하지 못했던 주된 이유는 계획의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차례 목표를 글로 쓰면서 나타났던 두드러진 변화는 발전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었다. 그것은 먼저 나의 부족함을 아는 것에서 부터 시작했다. 부족함은 채움을 필요로 했고, 채우기 위해서는 배워야 했고, 배우다 보니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됐다. 현재의 나 자신을 확신하면 할 수록 내 발전의 가능성은 계속해서 낮아진다는 것을 말이다.
한 친구는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빚으로 라도 여행을 가려했고,
다른 친구는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로 집을 사려했고,
또 다른 친구는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만드는 결정을 했다.
그러나 나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의 대표를 만나려 했다.
우리의 대화는 사고의 출발점부터 달랐기에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없었다. 그저 사실 관계를 알리고 듣는 자리였을 뿐이다.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싶었던 나였지만, 유일하게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나였다.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친구들의 모습은 너무 반가웠지만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더욱 어긋나고 있었다. 그게 안타까웠다.
변한다는 것은 궤도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발전을 의미할 수도 있고 고독을 의미할 수도 있다. 고독하지 않으려면 내가 다시 원래의 궤도로 돌아가거나 친구들이 궤도를 벗어나면 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고독을 느낀다는 것...그래서 안타까워 하는 것...
그것은 아직도 내가 많은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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