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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Oct 11. 2018

여행의 시간이 좋은 이유는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부자 108화


여행의 첫 출발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가방을 메고 집을 나와서 차를 타고 공항을 향해 간다. 그곳에 도착해 환전을 하거나 미처 챙기지 못한 물품들을 사고 간단히 요기를 채운다. 출발시간이 되어 탑승을 한 후 기내식을 먹고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잠을 청한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렌트카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예약된 숙소로 간다. 짐을 풀고 이후 부터 모든 순간을 맘껏 즐긴다. 맛집을 가고, 사진을 찍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액티비티를 즐기고, 유적지를 가고, 핫 플레이스를 가고 쇼핑을 한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아무 생각없이 걷기만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게 행복하다. 돌아오는 날이 되어 체크아웃을 한 후 다시 차를 타고 공항에 와서 마지막 요기를 채우고 면세점을 구경 후 비행기에 탑승한다. 기내식을 먹고 체력이 방전되어 곯아떨어진다. 한 숨 자고 나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누군가는 이 행위를 위해 빚을 내고, 누군가는 이 행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 행위를 위해 미래의 자금을 소진한다. 그토록 여행이란 행위가 좋기 때문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왜일까?


그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




여행의 묘미는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경험에 있다. 그런데 사실 그 곳에서 겪는 경험들이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곳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맛있는 것을 먹고...재미난 곳을 가고...새로운 사람을 만나고...모두 나의 일상 안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다른 게 있다면 먹어보지 않은 음식, 가보지 않은 곳,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에...접해보지 않은 음식, 장소, 사람들을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서 겪어볼 수 있다면, 그래서 퇴근 후나 주말에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여행의 느낌처럼 매력적이고 중독성있게 다가올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그 경험이 나의 일상 안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행의 본질적인 매력은 반복되는 생활에서 탈출하는 것에 있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색다른 경험도 나의 일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지 재밌는 경험일 뿐 진짜 여행이 되지 못한다. 여행다운 매력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일상적인 경험이 일상을 벗어나게 되면 그 매력은 배가 된다.


결국 여행의 매력의 핵심은 여행지의 경험보다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더 많은 비중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란 뜻을 지녔다. 고로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반복되는 생활의 패턴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그럼 반복되는 생활에는 무엇이 있을까?


씻기, 밥먹기, 용변, 사람만나기, 대화하기, 스마트폰하기, 걷기, 차타기, 잠자기, 티비보기,,,


자세히 보면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동들이 여행 중에도 끊임없이 하는 행동이란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일상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행동 자체에는 큰 부정적 느낌이 없기 때문에 일상을 벗어나서도 이것은 지속된다. 즉 진짜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단지 반복되는 행동들로부터 탈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면서 반복되고 있지만 내가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행위로부터 탈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이다.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돈벌이를 위한, 일상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그래서 반복돼야만 하는, 바로 직업인 것이다.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인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직업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즉 일하지 않는 것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나만을 위한 자유시간이 생겼다는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자유시간은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여행의 과정(글의 첫부분)을 다시 떠올려보자.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먹고, 숙소에서 잠을 자고, 렌트카를 타고, 관광지를 가고, 맛집을 가고, 쇼핑을 하고, 길을 걷고...이 모든 행위는 내 자유의지대로 한 것이지만 그 행위에 돈이 쓰이지 않은 곳은 없다. 운전사에게, 파일럿에게, 승무원에게, 숙소 주인에게, 렌트카 직원에게, 관광지 직원에게, 맛집 요리사에게, 쇼핑몰 직원에게, 길거리 청소부에게 돈이 지급되었을 때 나의 자유시간도 성립된다.


그리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운전사가 나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파일럿이 나를 다른 나라로 데려다주고, 승무원이 나에게 기내식을 주고, 숙소 주인이 나의 침대를 준비해주고, 렌트카 직원에 차를 대여해주고, 관광지 직원이 관광지를 관리하고, 요리사가 나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쇼핑몰 직원이 웃으며 인사하고, 청소부가 깨끗한 길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의 일상의 모습이다.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타지에 왔지만, 사실 누군가의 일상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의 일상이 나에게 자유를 제공한다. 경제 관념으로 얘기하면 누군가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내가 돈으로 사는 것이다.



타지에서 겪는 새로운 경험들 그 자체가 너무 좋기에 그것이 여행을 하는 주된 목적이라고 가정해보자. 그 경험들이 직업이라면, 일이 된다면 그래도 같은 느낌일까?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신선함을 얻을 수 있다는 조건하에 내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여행처럼 매력적으로 느껴질까? 해외여행과 해외출장은 단어하나 차이지만 드는 느낌은 천지차이다. 해외 출장도 현지의 새로운 경험을 겪을 수 있지만 결국 직업이라는 일상 안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자유의 제한을 의미한다.


일상을 벗어나는 것에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일로부터 해방된 상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자유가 제한받지 않는다.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면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것은 절대적으로 돈에서 나온다.


이것을 다른 말로 경제적 자유라고 한다.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 상태를 부자라고 한다.



소중한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가는 행위를 국내에서 할 경우 '놀러 간다'라고 흔히 말한다. 그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것을 먹는 행위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놀고 먹는 행위'가 된다. 이 '놀고 먹는 행위'가 해외에서 이뤄지면 '여행'이란 말로 바뀐다.


소중한 사람과 같이 놀고 먹는 행위는 정말로 행복하다. 그것이 일상을 벗어나 경제적 자유를 느끼면서 이뤄질 때 그 매력은 배가 된다. 즉 일상을 벗어나 경제적 자유를 느끼면서 놀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의 매력을 이루는 핵심 요소이다.


그렇다면 '모든 일상을 중단하고 긴 여정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것을 노골적으로 바꿔 말하면...'직장을 그만두고 오랜 시간동안 해외에서 놀고 먹는 것'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말로 '해외에서 누려보는 경제적 자유의 체험', '해외에서 누려보는 부자체험'이 된다. 어감상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여기에 특별한 가치가 부여되면 다시 필터를 통해 '일상을 벗어나 오늘의 행복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란 말로 변하게 된다.


필자는 여행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너무도 좋아하고 사랑한다. 한 때 세계여행 준비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행위까지 했으니 말이다. (-> 시간부자 81화 : 세계여행을 준비했던 시간) 다만 이제는 좀 솔직해지려 한다.


'인생의 목적을 위해 나를 위해 떠나는 여정' 같은 미사여구는 떨쳐 버리려 한다. 필자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긴 시간동안 해외에서 소중한 사람과 놀고 먹는 것이었다는 걸 인정하려 하는 것이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직시했을 때 비로소 현재에 대한 판단과 미래에 대한 계획히 명확히 세워질 수 있다. 그러나 사실에 가치가 부여되면 사실을 사실로 직시할 수 없으며 결국 현재에 대한 판단과 미래의 계획이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인생에 옳고 그름은 없다. 사실을 받아들이든, 자기만의 가치를 부여하든, 미래의 계획이 어떻든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한 행동에 가치가 부여되면 그것은 각자의 인생이 아닐 수도 있다. 가치있는 사실은 주변으로 전파되려는 성향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부여된 그 단순한 행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행동으로 옮긴 사람을 보게 되면, 마치 자신은 가치있는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된 것마냥 느껴질 수 있다.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좋아한다면 좋아 보이게 만들 이유가 없다.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이니까...


그런데 알고 있는가?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이 바로 여행의 본질이란 것을...


어쩌면 놀고 먹는 것이 여행이란 것을 진심으로 인정하게 됐을 때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감상 부정적으로 들릴 지라도 누가 뭐라든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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