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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Aug 09. 2018

77화 -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는 시간

타임리치


한 사람만 오래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18개월에서 30개월이며 그것은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의 농도 감소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효기간이 지나 권태기가 오면 사랑을 끝내거나 다른 이성과 바람을 피운다. 물론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다른 이성에게 흔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마도 내 애인이 아닌 다른 이성이 나에게 더 많은 도파민을 분출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도파민은 심장의 수축력을 증가시키고 빨리 뛰게 만든다. 두근거리는 가슴은 설렘을 느끼게 한다. 설렘은 새로운 사랑이 시작됐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세포 생물학적으로 보면 인체는 항상 자극에 내성이 생긴다. 다시 말하면 첫번째 자극에 가장 격렬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높다.


남자들 사이에서 농담조로 나오는 '처음 본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말은 이론적으로 일리가 있는 얘기다. 조선시대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고 다닌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필자는 이 호르몬에 근거한 사랑 이론을 모두 뒤엎어버릴 생각이다. 


지금부터 잘 들어주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은 쾌락과 사랑을 혼동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쾌락과 사랑은 같은 감정의 카테고리가 아니다. 두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내 중심의 위치에 있다.


쾌락은 중심이 나에게 있고 사랑은 중심이 상대에게 있다.


도파민이 감소해서 사랑이 끝났다? 상대를 보아도 더이상의 짜릿함이 없다는 것은 그동안 좋아했던 대상이 상대가 아니라 상대를 통해 얻는 나의 감정이었다. 도파민의 높은 농도를 좋아했던 것이다. 이 관계의 중심은 나에게 있다. 


'처음 본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것은 중심이 나에게 있는 극단의 표현이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수준까지 되버린 내 중심의 관계가 된 것이다.


이게 쾌락이다. 그러므로 도파민이 감소해서 사랑이 끝났다가 아니라 도파민이 감소해서 쾌락이 끝났다로 표현돼야 한다. 그것은 처음부터 사랑이 아닌 사랑을 가장한 쾌락 중심의 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아니라 쾌락의 유효기간인 것이다.


쾌락 중심의 관계에서는 유효기간이 끝나지 않았어도 다른 이성에게 흔들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내 도파민의 분출이 어떤 상대를 통해 자극을 받아 분출이 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나의 관심은 상대가 아닌 오로지 내 도파민의 농도이다. 그렇다면 아주 단순한 싸움이 된다. 


나는 도파민의 농도가 높은 쪽으로 가게 된다.


이것을 사랑이란 단어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너와의 사랑을 끝내고 싶다라고 번지르르 하게 포장하는 것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대사에서도 그것은 명확하게 표현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은 변하지 않아...단지 사람의 마음이 변했을 뿐이지."


단지 사람의 도파민 농도가 줄었을 뿐이다.



그럼 사랑은 어떤 것일까...


정확하게 표현할 순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 중심이 상대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상대가 좋으면 나도 좋고, 상대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내 도파민의 농도는 그닥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상대 그 자체이다. 그래서 상대의 상태에 따라 내가 크게 좌우된다.


상대의 마음이 곧 나의 마음이게 된다.


그리고 상대를 늘 걱정한다. 그런데 그것은 결국 나를 걱정하는 것과 같다. 


상대의 걱정이 곧 내 걱정이다.


실제있었던 한 부부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남편과 아내가 말다툼을 했다. 5대5로 서로가 비슷하게 잘못을 했다. 그런데 남편이 일방적으로 큰 소리로 화를 냈다. 그것을 한참 지켜보던 아내는 더 큰 소리로 되받아친 것이 아니라, 남편에게 다가와 남편을 끌어 안으며 사과했다. 사과의 내용은 이랬다.


남편이 자신 때문에 아파하는게 너무도 느껴져서 남편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알게 되니 그게 너무 미안했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잘잘못의 사실관계는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의 마음을 알게되니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니 싸울 이유는 없어졌다.



사랑을 해도 다른 이성에게 끌릴 수 있다. 이성이 나의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것은 생리적인 반응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와 사랑을 해도 다른 이성을 통해 쾌락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개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이성에게 끌리는 감정이 내가 애인을 덜 사랑해서 생기는 게 아니고, 다른 이성을 더 사랑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냥 카테고리가 다른 두 종류의 느낌인 것이다.


문제는 사람의 마음이 사랑과 쾌락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지 못한다. 두가지 감정 모두 사람의 혼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해야 한다. 


둘중에 하나를...


그런데 사람들은 쾌락을 선택할 경우 새로운 사랑을 택했다고 말한다. 이것은 명백히 틀린 이야기다. 그냥 쾌락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10%정도 맞기는 하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쾌락은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촉발제의 역할을 한다. 위에 있는 두개의 원 그림의 공통분모가 그것을 뜻한다. 그런데 쾌락이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관계의 중심이 나에서 상대로 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쾌락 중심의 관계로 끝나는 것이 태반이다. 그래서 쾌락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성급한 판단을 내리며 살아가고 있다.


쾌락이 사랑으로 발전하려면...즉 관계의 중심이 나에서 상대로 넘어가려면 진심어린 진심의 표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100%의 진심을 표현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제 아무리 진심을 잘 전달해도 결국 표정과 언어의 번역기를 통해서 표현되기 때문이다.


번역기 없이 진심을 진심 그대로 이해하는 데에는 정말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한 사람만 오래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이것을 바꿔말하면...


많은 쾌락의 유혹들을 뿌리치면서 한 사람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일 것이다.


결국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다른 쾌락의 유혹들과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이것은 단순한 싸움이 될 것이다.


인간은 유혹을 좇는 것보다 고통을 피하는 것에 발달돼 있다.


유혹을 좇다보면 그 사람이 아플 것이다.


그 사람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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