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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G 정재연 Dec 17. 2020

투자단상(斷想)_2020. 12. 17.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국어 수행평가 날이었는데 이미 전날에 같은 시험을 봤던 반 아이들이 시험문제를 유출했다. 나 또한 들었고 흥분됐다.


그 국어선생님과 평소에 친해서 그랬던 것인지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선생님께 찾아가 그 문제를 떠보며 여쭤봤다.   그 선생님께서는 문제가 유출된 것을 바로 직감했는지 정색하셨다. 그러고 나서는 그 수행평가 시험 도중에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그 문제에 대해 0점 처리할 거야. 이 일은 지금 너에게는 큰 상처가 되겠지만 앞으로 네가 살아가는데 '말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걸 이번 일을 통해 배우게 될 거야."


그 국어선생님의 가르침은 통했다. 나는 지금도 이 일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말수를 줄이지 못하고 쓸데없는 말을 해서 후회할 때면 이 일을 떠올리곤 한다.


그 수행평가 한 문제로 내 국어점수 전체를 뒤엎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가 받았던 높은 점수 보다도 그 선생님의 가르침이 훨씬 더 갚지다. 국어점수가 내 인생을 바꾸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선생님의 가르침이 내 인생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지나보면 참 감사한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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