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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03. 2019

01 :: 처음의 설렘(2)

TOKYO in 2015

TOKYO, 2015.11.05 

인천공항 -> 나리타 공항 -> 숙소(아카사카역) -> 키치죠지 -> 롯폰기 -> 숙소            


첫 도쿄, 첫 이미지

“여행 중 마주한 곳곳의 분위기에 함빡 취해도 늘 모자랐다”

      

일본을 경험하기 전, 내 상상 속의 일본은 아기자기하고 질서정연하며 깔끔한 이미지였다. 그리고 실제, 처음 마주한 첫 도쿄는 역시, 깔끔하고 각잡혀 있었다.     



나리타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 내 비치된 자판기부터 편의점에 진열된 그 모든 것들이 딱, 앙증맞은 분위기와 정돈된 느낌의 조화로움 그 자체였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촌스럽지도 않으며 그저 수수함을 품은 기운. 색채로 표현하자면 은은한 나무 톤과 화이트의 무한 반복되는 차분한 패턴이랄까? 단조로우면서도 지루하지는 않은 일본만의 정취에 제대로 취했던 언니와 나는 연신 ‘좋다’를 외쳐대며 카메라에 올려둔 검지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역시, 떠나온 여행지에서 마주한 곳곳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는 내게 늘, 작은 것마저도 중요하게 느끼도록 했다. 그렇게 서서히 나와 M은 도쿄에 함빡 취해 볼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도쿄의 밤

“새로운 감성으로 하루를 포근히 채웠다”


 2014년, 동생과 첫 유럽여행을 할 때만 해도 여행지에서 보게 되는 어둠의 시간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여행지를 배경으로 검은 어둠이 내려앉노라 치면, 괜히 몸을 움츠리게 되었고, 두려움에 휩싸인 가슴이 콩닥대었다. 익숙한 도시가 아닌 곳에서 가시거리가 짧아져 그 반경을 헤아릴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일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계절이 쌓였고, 계절이 지나 내 나이가 한 해 두해 쌓이며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모험의식도 지평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이 영역의 확장은 나에게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태도를 가져다줬다. 내가 여행 중인 공간의 포근한 밤의 기운을 한껏 누려보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내가 익숙하게 경험해 온 내 도시의 밤보다 여행지에서만 담아낼 수 있는 어둠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제는 각 여행지가 가진 화려한 야경을 품고 오는 것이 내 여행의 주요 목적이자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우리가 거닐던 도쿄의 첫날, 마지막 일정은 나와 언니에게 도쿄의 밤을 전해 줄 공간이었다. 바로, ‘롯폰기’였다.      

*롯폰기 힐즈 모리타워 위치

 일본 〒106-6108 Tokyo, Minato, Roppongi, 6 Chome−11−1

 도쿄 시티 뷰 10:00~23:00 (금·토요일 및 공휴일 전날 10:00~01:00)

 티켓 가격: 소셜커머스의 경우_ 7000~8000원대 / 현지의 경우_ 1800엔     



 모리타워 전망대에 닿은 우리는, 한국에서부터 몰고 온 피로를 풀어내는 마사지를 받는 효과를 톡톡히 누려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위치하고 있는 장면들이 두 눈에 알알들이 담기니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한국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는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검게 번진 도쿄의 하늘 속, 점점이 켜진 붉은 빛들이 현재 내 시선 앞에 펼쳐진 풍경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창 너머로 비치는 도쿄의 밤을 마주하고 있자니, 마음에 묶여 있던 답답함이 하나, 둘 풀려가는 듯 했다. 그저 환상 속을 걷는 듯 황홀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도쿄의 첫날을 마무리하기 전, 내 도쿄 여행 동행자에게서 평생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소중한 자세 하나를 배웠다. 

    

 여태껏 나는 내 자신이 나름 감성적인 편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야경을 대하면서 스스로가 밤이 되어 그 야경에 빠져들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못했다. 지난 여행들에서 내가 담은 야경은 그저 이곳에 왔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기 위한 인증용 프레임 컷에 불과했던 탓이다. 눈앞에 펼쳐진 시야에 흠뻑 취해보는 것보다 사람들의 눈을 홀리는 가장 멋 스러운 구도가 중요했고 그 곳에 있는 내 모습을 평생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장면으로 촬영해 두는 것이 우선이었는데... 그런 내게 언니의 제안이 야경을 대하는 나의 지난 태도를 바꾸게 했다.      


“우리 여기서 각자 듣고 싶은 노래 다섯 곡씩만 듣자”     



 도쿄의 야경을 담으러 온 수많은 관광객들 속에서 내 귀에만, 마음에만, 영혼에만 울려 퍼지던 그날의 다섯 곡. 어떤 곡을 들었는지는 사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그 자리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내 귓전으로, 마음으로 흘러들어오던 감성은 결코 어떤 값비싼 도구들과도 맞바꿀 수 없을 정도의 깊은 감성을 내게 전해주었음은 분명하다. 

 

 그날 그곳에서의 야경 경험 후, 여행지에서 야경을 마주 할 때, 혹은 경치 구경을 하며 잠시 쉬어 갈 때 마다 노래가 함께 해 주었다. 내가 직접 선정한 곡들 너머로는 어지럽던 정신을 깔끔히 정돈해 주는 잔잔함도 있었고, 한 없이 외로워지는 감성을 몰고 오기도 했다. 또한, 언니와 이날 도쿄에서 맞이했던 그 받아들임에 대한 기억이 늘 함께 밀려왔다. 그리고 여행과 노래가 함께 하던 나의 시간들, 그 끝에는 옳음의 화살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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