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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03. 2019

01 :: 처음의 설렘

TOKYO in 2015


Preview of TOKYO           


2015.11.05. - 2015.11.08.

“여행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 긴 망설임은 내게 사치였다”          


여행에 대한 욕망은 내게 내재된 그 다른 어떤 힘보다 절대적인 파워를 발휘 했다. 

내 모든 감각을 오직 한 방향으로 쏠리게 만들기도 했으며 

내 모든 정신과 열정을 쏟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때 역시 오직 여행만이 나의 목적이 되었다.

   

여행이라는 확실한 하나의 목표는 단지 목적만 되는, 그쯤에서 그치지만은 않았다. 

여행은 막연한 목표만 안고 살던 내게 꽤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새로운 소망을 여러 가지의 방면으로 만들어 주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 내가 가야 할 곳은 여기도 있고, 여기도 있지. 아, 그거 먹으러 그 나라도 꼭 방문해야해. 사람들 다 찍는다는 인생 샷 찍으려면 그 나라 그 도시에서 그 스팟을 꼭 가야만해.” 등의 위시리스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했던 것이다. 

나의 이런 위시리스트 중 여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국가가 이웃나라 일본이다. 

그리고 2015년 11월, 나는 동기 언니 M과 일본으로 첫 자유 여행을 떠나게 된다.      



휴학 후, 학과 생 3학년의 신분으로 돌아왔던 2015년, 나는 제대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복학 전, 마냥 설렐 것만 같던 오랜만의 학교생활은 낯선 후배들과 수업을 듣는다는 그 이유하나만으로 적응이 되지 않았고, 하염없이 쌓여만 가던 많은 과제는 건드리기 전 짜증부터 났다. 그 중 가장 스트레스였던 것은 휴학기간동안 더 없이 한가롭던 내 시간을 죄다 도둑맞았다는 사실이었다. 

 한 때 참 여유롭고, 자유로웠는데. 그 때의 하지혜가 참 부러웠고 보고 싶었다. 그렇게 휴학시절이라는 과거에 묻혀 현실을 외면하기만 했던 그 때, M은 나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주던 프로 공감러였다. 그러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 때 건 마음 적으로 힘들 때 건 나는 이 언니에게 정신적으로, 유흥 적으로 모든 의존을 걸었다. 



 생생하게 올라오는 푸른 이슬 한 잔에 복학생의 자존심을 후려치고 간 그 누군가에 대한 쌈박한 욕지거리를 털어 넣고, 뒷방 늙은이들의 서러움을 한껏 증폭시킨 누군가의 눈치 없는 말을 우리만의 안주로 질겅질겅 씹어 넘겼다. 그렇게 언니와 나는 그 기간을 그렇게 함께 버티었고, 우리만의 우정을 무던히 쌓아갔다. 그러다 보니 그런 M과 내가 이 여행을 결심하는데 그리 긴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묵혀두었던 꿈을 이룬다는 설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도쿄여행에 함께하는 상대와 만들게 될 시간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던 탓일까. 일본으로 출국하는 전날 밤,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젊은 청춘들이 뜨거운 밤을 보내는 소리로 늘 시끄러웠던 내 자취방의 주변마저도 한 없이 고요하기만 했던 깊은 밤, 내 마음과 영혼은 그 검은 밤의 공중 속에서 반짝이는 눈을 끔뻑이며 부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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