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손자 타이틀을 거머쥔 도담이
도담이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 입원했다.
니큐는 오전, 오후 딱 두 번만 면회를 할 수 있다. 출산 이후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던 나는 출산 다음 날 오전 면회 시간만 손꼽아 기다렸다. 밤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출산의 아픔은 이미 잊었다.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아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인천에 사시는 엄마, 아빠는 딸의 출산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제주도로 달려오셨다. 딸 사랑이 각별한 우리 엄마는 어제 도담이 면회를 다녀오셨다. 엄마는 아기가 너무 예쁘다며, 금방 건강해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았다. 우리 엄마는 지금 갓 태어난 손자보다 어렵게 출산한 딸 걱정이 더 크다는 것을.
드디어 오전 면회 시간.
두 사람만 면회가 가능해 오늘은 나와 아빠가 함께 도담이를 보러 갔다. 어제 남편이 찍어온 사진 속에서 도담이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그 작은 몸에 인공호흡기라니.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은 자가 호흡 중이라 해서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른다. 내가 낳아서 그럴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예뻤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 오똑한 콧날과 앵두 같은 입술, 버둥대는 손과 발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아빠는 첫 손자가 신기한지 미소를 머금은 채 한참 동안 아이를 바라봤다.
너무너무 예쁘고 귀여운데 그 작은 아이가 잘 삼키질 못해 위로 연결되는 관(위관)***을 달고 있는 게 너무 마음에 아팠다. 관을 달 때 아파서 또 얼마나 울었을지, 내 눈으로 보지 않은 게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마 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봤다면 나도 덩달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거다. 작고 여린 몸으로 버텨내고 있는 도담이가 참 기특했다.
원래 도담이는 우리 엄마 아빠의 첫 손자가 될 수가 없었다. 큰오빠의 아들이 4월이 예정일이라 그 아이가 먼저 태어나고, 그 다음에 도담이가 태어나는 거였다. 그런데 우리 도담이가 먼저 뛰어나와버렸고, 그렇게 우리 집의 첫 손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아빠는 돼지 저금통 두 개를 꽉 채우고 난 뒤, "첫 손주한테 이거 다 줄 거야."라고 말했었다.
출산 예정일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한 말인데, 옛날 사람인지라 친손자한테 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외손자가 먼저 태어난 것을! 큰오빠는 아빠가 그 말을 했을 때, 자신이 이렇게 말한 것을 천만다행이라며 웃었다.
"그냥 두 개 똑같이 나눠서 손주 둘 한테 주세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다. 나는 도담이와 오래 있고 싶었지만 면회 시간은 고작 30분. 도담이 얼굴을 눈에 가득 담고 아쉬운 마음으로 병실로 돌아와야 했다. 오후 면회 시간에는 남편과 우리 엄마, 시어머니가 도담이를 보고 가셨다. 간호사 선생님은 기저귀와 물티슈가 필요하다고 해서 필요한 물품을 전달했다. 행여나 물품을 전달하며 도담이를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했는데 그건 불가능했다.
태어나자마자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홀로 견뎌내야 할 아들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지만 참기로 했다. 내가 굳건한 맘으로 기다려야 도담이도 금세 건강해질 것만 같았다.
*다양한 중환자실 중에서 미숙아와 아픈 신생아를 치료하는 중환자실을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Neonatal Intensive Care Unit)이라고 부른다. -이철,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태아는 산소와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어머니 자궁 내에서 태반을 통하여 공급받아 왔다. 출생 후 호흡이 어려운 아기에게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여 산소를 공급할 때도 있다. 모유나 우유를 빨 수 없기 떄문에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도 혈관주사를 통하여 공급하여야 한다. 산소나 영양소 공급은 인큐베이터가 할 수 없다. 인큐베이터는 어머니 자궁의 역할 중 일부만 담당하는 것이다. 어머니 자궁의 역할 중에서 인큐베이터가 대신하여 줄 수 있는 일은 체온 조절과 습도 유지뿐이다. -이철,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위관: 체중이 1200g 이하로 적고, 흡철반사와 연하반사가 약해 흡인의 위험이 있고 호흡곤란 등으로 수유가 어려울 때는 위관으로 영양 공급을 한다. 32주 미만의 미숙아는 빠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체중 증가가 어려우므로 위관 영양을 적용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