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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번씩 너를 만나러

엄마가 되어야 알 수 있는 마음

by 정유진

3월 19일에 도담이를 낳고, 3일 뒤 나는 홀로 퇴원을 하게 되었다. 작고 소중한 아이를 품에 안고 퇴원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한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도담이가 NICU에 있는 동안 나도 그냥 병원에 남아서 아이와 함께 퇴원하고 싶었다.


오전 면회 시간, 남편과 도담이를 보러 갔는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어제까지 괜찮아보였던 아이는 파란 털모자*를 쓰고, 코에는 호흡기까지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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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이 많이 안 좋아졌나요?"


놀란 내게 간호사 선생님은 밤 사이 체온이 떨어져 50퍼센트의 온기를 기계로 제공하는 거라고 했다. 호흡도 불규칙적이라 경미한 수준의 호흡기를 단 거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라며. 담당 선생님들은 니큐에 있는 아기들 누구나 겪는 흔한 일이라고, 금세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해 주셨지만 내가 도담이를 미숙아로 낳아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엄마도 없이 홀로 아팠을 도담이가 안쓰러워 자꾸 눈물이 났다.


나는 퇴원을 하고 조리원에 가기로 했다.

조리원은 아이와 함께 가야 하는 건데, 도담이 없이 내가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사실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친정 엄마도, 남편도, 시어머니도 모두 내게 가서 조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를 두고 나 혼자 퇴원을 한다는 게 너무 맘이 아파 병원을 나서면서도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무거운 마음으로 퇴원을 하고, 집에 들러 조리원 입소 준비 가방을 쌌다. 딸 걱정이 컸던 아빠는 울지 말고 몸조리 잘하라며 소고기를 잔뜩 사 주셨다. 그렇게 좋아하는 소고기를 먹으면서도 나는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아이 생각뿐이었다.


엄마, 아빠는 인천으로 올라가시고, 나는 남편과 함께 조리원으로 향했다. 다들 아이를 데리고 오는 곳인데 나만 혼자인 것 같았다. 혼자라는 생각에 울컥하는 것도 사치라 생각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도담이에게 초유를 얼른 유축해서 전달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조리원 원장님께 유축 방법을 배운 뒤 급히 유축을 하고, 조리원 저녁을 서둘러 먹고, 남편과 도담이를 만나러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도담이는 오전보다 훨씬 상태가 좋아졌고, 히터 수치도 25퍼센트로 내려져 있었다.


"도담이가 목청도 좋고, 대소변도 잘 보고, 분유도 잘 먹었어요."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도담이 상태를 좋게 설명해 주어 고마웠지만 목청 좋다는 말이, 달리 말하면 많이 울었다는 말로 들려서 마음이 짠했다. 도담이는 손발을 어찌나 잘 움직이는지 발차기도 하고 있었다. 배 안에서도 뻥뻥 차더니 엄청 활발한 것 같아, 조금씩 건강해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적은 양이지만 도담이에게 초유를 전달하고 오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내일은 밥을 많이많이 먹어서 좀 더 많이 유축해서 초유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리원으로 돌아온 뒤, 홀로 방 안에 있으면서 도담이가 눈에 밟혀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다. 밤새 도담이 사진을 봤다. 사진마다 그 어린 것이 호흡기며 위관을 달고 있는 게 너무 맘이 아파, 밤새도록 울었다. 그래도 내가 건강해야 도담이도 잘 돌볼 수 있단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다음 날 아침. 조리원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눈이 퉁퉁 부어 마치 쌍꺼풀 수술을 금방 한 것만 같은 상태가 되었다. 다른 산모들에게 내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 후딱 밥만 먹고 일어나려 했다.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식당 조리사 선생님이 아기는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


나는 부은 눈을 가리며 "네.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라고 말하다가 또 울어버렸다. 조리사 선생님은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 옛날부터 똑똑한 애들이 일찍 나와. 도담이는 판사 같은 아주 큰 인물이 될 거야. 그러니까 엄마 울지 말고, 좋은 생각만 해요."


그 말이, 그저 말일 뿐인데 따뜻한 온기가 되어 나를 감쌌다. 조리사 선생님이 나를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울지 말아야 되는데 그 말에 더 눈물이 터져버려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부터, 나는 도담이를 위해 열심히 유축했다. 내 건강을 걱정해 남편은 하루에 한 번씩만 면회를 가라고 했지만 나는 혼자 있을 도담이가 걱정돼 그럴 수가 없었다.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든 게 더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편해지는 쪽을 택했다. 어떤 날은 남편 몰래, 오전 오후 두 번씩 면회를 갔다. 이후 도담이는 황달기가 있어 황달 치료도 받긴 했지만 그래도 먹는 양도 조금씩 늘고, 빠는 힘도 어느 정도 생겨 나를 안심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침 일찍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전화가 왔다. 병원에서 오는 전화는 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혹시나 도담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히도 어제 남편에게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전화한 거라고 했다. 이제 모유에 종합비타민과 철분제, 비타민D를 섞어 먹여야 하니 약을 사다 달라는 전화였다. 그걸 먹고 우리 도담이가 하루빨리 건강해져서 퇴원하길 바랐다.




*털모자를 씌우는 이유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인큐베이터의 큰 기증 중의 하나가 체온 유지이다. 신생아의 가장 이상적 체온은 36.5도에서 37도 사이이다. 이렇게 체온이 유지될 때 체내에서 열을 만들어 내는 기능이 가장 일을 덜하게 한다. 열을 만들기 위하여 산소를 사용하는데, 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면 아기 체내의 산소 소모량도 가장 적다. 신생아 집중치료의 기본 원칙이 모든 장기가 가장 적게 산소를 사용하면서 정상적 생리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략) 특히 미숙아인 경우 더욱 체온 유지가 힘들다. -이철,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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