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출산기
2018. 3. 19. PM 6:04
나는 엄마가 되었다.
내 아이의 태명은 '도담'이였다.
태명을 정할 때 여러 가지 이름들을 생각해 봤는데 '도담도담'의 뜻이 좋아 거기서 따 온 이름이었다. '도담도담'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이라는 뜻의 부사다. 의미를 보면 알 수 있듯, 나는 아이가 10개월 동안 뱃속에서 무탈하게 지내길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런데 조산이라니.
온갖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전달에 교과서 감수 작업을 하느라 무리했던 게 원인이었나? 아니면 도담이 속싸개를 만들다가 중간에 미싱이 고장이 났는데 그 무거운 미싱을 들고 동문시장 AS센터에 갔던 게 무리였나? 그도 아니면 내가 작게 태어나서 아이도 미리 나오게 된 건가?
32주 6일째 되던 날, 갑작스러운 진통이 느껴져 산부인과에 갔다가 아무래도 지금 곧 아이가 나올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평범한 삶을 살던 내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남편은 퇴근 후 친구를 만나고 있었고 나는 급히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에 취한 채로 온 남편은 택시를 타고 제주대학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 의사는 만류했다.
"안 됩니다. 무조건 119 타야 해요."*
그렇게 나는 생애 처음으로 119를 타고 제주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동승해 준 간호사 선생님은 내게 침착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10개월 동안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한 죄책감에 연신 눈물만 흘렸다.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눈물을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 않았다.
"선생님. 제가 어렸을 때 저체중아***로 태어났는데 혹시 그거 때문에 우리 아이도 이런 게 아닐까요?"
나는 쌍둥이로 태어나서인지 1.8kg이라는 적은 몸무게로 태어났다. 그래서 커가면서 엄마는 늘 나에게 미안해했다. 그게 엄마 잘못도 아닌데 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하면 다 당신 책임 같다며 자책을 했다.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간호사 선생님은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엄마 잘못 절대 아니니 울지 마요. 아이 다 괜찮을 거예요."
다 괜찮을 거라는 한 마디에 희망을 갖고 나는 제주대학병원으로 들어섰다. 응급실에서는 급한 환자와 급하지 않은 환자로 분리를 하는데 나는 초초초 응급 환자였다. 상황은 급하게 돌아갔고, 순식간에 나는 분만실 근처까지 와 있었다.
제주대학교병원에서 만난 교수님은 자궁수축억제제로 최대한 아기가 나오는 날짜를 미뤄보자고 했다.** 아이가 폐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폐 성숙 주사도 맞아야 했다. 도담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아픔도 견뎌보려 했는데 결국 양수가 터졌고, 자궁수축억제제의 농도를 높일 때마다 부작용(심장 두근거림, 홉 곤란, 혈압 상승, 어지럼증)이 나타나 3일을 견디다가 결국 출산을 했다. 더 버티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라 도담이에게 미안하고, 맘이 많이 아팠다.
오랜 시간의 진통 끝에 도담이를 만났다. 그간의 진통은 도담이를 마주한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여느 아이들처럼 오래 안아주지도 못하고 내 품에 3초도 안 되게 안겼던 도담이는 NICU(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지만 적어도 2주 동안은 그곳에서 홀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기도했다. 아이가 제발 건강히 퇴원할 수 있기를.
도담아. 미숙아로**** 작게 태어났지만 엄마가 사랑 듬뿍 줘서 큰 사람으로 키워줄게. 사랑해.
*태아가 미숙아로 분만될 가능성이 있을 때는 큰 병원으로 이송하여야 한다. 이때 두 가지 이송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신생아 출산 후 미숙아를 이송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출생 전 태아가 자궁 내에 있을 때 산모를 이송시키는 것이다. 개원 산부인과에서 산전 진찰을 하다가 태아의 성장이 지연되거나 태아에게 조기 분만이 일어날 이상징후가 보이는 산모가 있다. 안전한 분만을 위하여, 개원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대학병원이나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산모를 보내어 전원된 병원에서 분만을 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산모 이송이란 태아에게 이상이 있는 경우 분만 전에 아기가 아니라 산모를 대학병원으로 이송시키는, 즉 미숙아가 아닌 태아를 이송하는 것이다. -이철,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태아가 하루라도 더 어머니 자궁 내에 있어야 한다. 태아의 모든 장기가 하루가 다르게 성숙을 더해 가기 때문이다. 출산 전 하루를 어머니와 함께 있는 것과 하루 일찍 조산하는 것에 따라 미숙아 치료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산부인과 선생님들은 최대한으로 분만을 늦추어 태아가 하루라도 더 자궁 내에서 자라도록 절대안정을 시키는 것이다. -이철,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갓난쟁이의 평균 출생체중이 3.2kg에서 3.4kg 사이이다. 출생체중이 4kg를 넘으면 과체중아라고 부른다. 2.5kg 미만인 아기를 저체중 출생아(low birth weight)라고 부른다. 출생체중이 1.5kg 미만이면 극소 저체중 출생아(very low birgh weight), 출생체중이 1.0kg 미만이면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extremely low birth weight)라 한다.
****미숙아는 자궁 내에서 40주를 채우지 못하고 37주도 되기 전 세상에 태어난 아기이다. 미숙아로 태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자궁 내에서 태아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태아를 싸고 있는 막을 양막이라 부른다. 양막이 파손되어 양수가 밖으로 흘러나오면 자궁 내의 양수가 거의 비워지게 된다.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살아가기가 불편한 환경이 되어 버린다. 이때 자궁이 수축하기 시작하고 조기 분만이 일어난다. 어떤 경우에는 어머니의 자궁이나 요로의 감염이 조기 진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부분 미숙아 출생 원인은 자궁의 조기 수축이다. 자궁이 왜 일찍 수축되고 조기 진통으로 이어지는지 그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철,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