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3일차 - 얕은 자존심

조언과 잔소리의 경계

by 인상사


삼일절인 오늘 남자친구와 경복궁 데이트.

권고사직을 통보받고 이틀뒤인 만나는 날이라

여느때보다 남자친구는 나에게 온기다해 다정했다.


조금 지쳐있는 나의 옆모습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하고 맛있는거 먹고싶은거 없냐며 평소보다 더 따뜻하게 물어봐주고, 손을 꼬옥 잡고 걸었다.


두시간 웨이팅을 기다려 피자 맛집에서

스파게티와 쿼터 사이즈의 피자까지 모두 먹은뒤 두툼한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삼청동을 사부작 사부작 걸었다.

3월이 시작되는 오늘의 날씨는 꽤나 숨쉬고 내뱉을때의 공기의 맑음이 느껴질만큼 시원하게 느껴졌다.

곧 봄이 성큼 다가오겠구나 -


넓은 삼청동 거리와 경복궁까지 돌던 우리는 단골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갈증났던 목을 축이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나와야 했던 회사니까 나와서 더 잘 될꺼라고-

회사 나오기 전에 대표님과 면담할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은 좀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


그러면서 이직한지 두달정도된 남친의

스몰 면접 강의가 시작되었다.

이직 사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권고사직으로 퇴사했는지, 자진퇴사로 대답해야하는지의

코칭과 자기소개는 어찌할것인지에서 부터 심층 질문들이 이어져 갔다.



머릿속이 아직 스모그가 다 빠져 나가지 않은것처럼

멍하고 지쳐있는 상황에서 그 스몰강의 마저

나는 엄마가 옆에서 자근자근 말씀하시는 잔소리 같았다.

아직은 이력서 수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들여다 보지도 않은 상황이라 사랑하는 이의 코칭도 머릿속에 흡수되지는 않았다.



그치만 이 질문에 대답 하나는 했다.

퇴사 전 대표님과 면담할 기회가 있다면

개선점이나 할말은 하고 나오라는 말에

나는 너무나도 소금끼 없는 담백한 목소리로,

" 하고싶은 말도 애정이 있어야 회사는 이랬고. 이걸 개선해야했고, 등 말을 할 수 있는거다. 나는 그런 애정도 없기에 할말을 하고싶은것 조차 없어.. " 라고 말이다.



남자친구는 의외의 답변이지만 맞는말이기도 하다는듯

다소 냉정하게 이야기 하는 내 눈을 본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하면서도 참 정나미 없는 인간이네

속으로 생각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해보길

어쩌면 말할내용 조차 정리되지 않았고,

말할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대면도 하기 싫었다.

그리고 말해보았자 변하지도 않고 그대로일 회사라는 생각에 애시당초 시도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순간 남자친구의 말들이 잔소리로 들려 자존심에 그리 답변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람과 회사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마음깊은곳에서 부터 뿌리 박혀져 있는것 같다.

한 순간에 다이어트한다고 해서 살을 뺄 수 없듯이..


그렇지만 계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내고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야 했다.

용기를 좀 더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를 잘 알기에

순간의 자존심이 그리 답변한 것 같다.



한 순간에 변할 수는 없지만

학습의 효과로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조금 더 용기를 가져보는 삶을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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