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보내는 신호를 진작에 알아채지 못한 탓일까. 어제는 극심한 피로감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내리 열 시간을 잤다. 저녁이나 먹지 말고 그냥 잘 것을, 잠을 깨보겠다고 저녁을 먹자마자 부른 배를 만지며 취하듯 잠에 들었다.
집중할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활 속 많은 영역에서 집중과 관심을 뗀 지금은 신경을 쏟을 데가 ‘나 자신’뿐이다. 그래서 내 몸이 건강하게 변해가는 시간에 집중하는 다이어트가 좋았다. 못 먹고 고통스러운 배고픈 다이어트가 아닌 잘 챙겨 먹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더 부지런히 내 몸을 살펴줬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지치고 있음을 느꼈다. 욕심이 생겨 조금 더 빼보자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되려 더 쪘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시 처음 마음으로 시작하기가 힘이 든다.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두 사람 사이에 큰 문제가 없이 잘 지낼 때는 모든 것이 좋았지만, 사이가 좀 틀어지거나 감정이 상해있을 때는 사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는 나 자신이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 나에게 미안하고, 안쓰럽다.
관리를 잘하는 나도 나대로 멋지고, 첫 마음이 흐트러져도 포기하지 않는 지금의 나도 나다. 나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자책하지 말고 돌보아주자. 그것이 숱한 시간을 지나온 지금,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수많은 일들과 시간 속에 나를 외로이 두지 말고, 늘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아 줄 것.
요즘 나는 하루의 마지막 일정은 요가인데, 마지막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하는 동작이다. 처음에는 그 휴식을 하지 못했다. 휴식하라는 말이 낯설어서 나는 금방 자세를 끝내고 일어났었다. 근데 선생님께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내 숨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조금 눈물이 났다. 하루에 몇 분이라도 나의 호흡에, 나의 마음 상태에 집중해 본 적이 있는지를 뒤돌아보며 말이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쉬고, 열심히 관리하고 나를 돌보며 앞으로도 나아가 보기로 마음먹는다.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