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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Nov 01. 2021

아침에 만나는 계절

아침 챙겨먹는 나날들


10월의 마지막 날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조금 더 정확히는 십여분 뒤면 11월이다. 아마 글을 다 쓸 때쯤이면 11월이 된 채로 글이 오를 것 같다.

달력이 한 두장 남을 때면 이번 한 해는 어땠는지 뒤돌아보게 되고, 생각보다 소소했고 이번 해도 업적(?) 따위는 남기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에 약간의 우울함과 더불어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다가올 한해를 잘 보내보겠다며 왠지 모를 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아직 연말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고, 11월의 시작이니 너무 우울해하지 말고 나의 소소한 업적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지극히 나를 위한 위로 차원이다.

쉬는  늦은 아침을 정성껏 차려먹는 시간이 일주일  내가 좋아하는 여러 시간  하나다.

친한 언니와 같이 살게 되면서는  시간이 소중해졌다. 같이 살아도 마주 앉아 편하게    나눌 시간이 없어 아침이라도 함께 먹자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아침 챌린지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있다. 출근을 해서도 계속 요리를 하는 내가 걱정되는 언니는 괜찮겠냐고  번이고 물었지만 나는 여전히 요리를 하고, 예쁘게 담아내는 일이 좋다. 그리고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좋다. 언니는 나랑 살면서  먹어본 음식이나 그리 즐겨먹지 않았던 식재료의 맛을 알게 되고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나로서는 아주 뿌듯한 일이다.

냉장고를 깨끗하게 터는 것, 되도록 다양한 색을 담을 것, 제철 재료를 하나라도 사용하는 것이 나의 아침 식탁에서 지키고 싶은 점이다.

영양 역시도 포기할 수가 없어 신경 쓰려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냉장고 상황과 형편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다. 아침 식단을 구성하다 보면 탄수화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민족으로서 아무래도 탄수화물에 비중이 높아지는 본능 아닌 본능도 무시할 수가 없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거나, 조금 빨리 배가 꺼지거나 허한 날이면 탄수화물이 부족했다는 생각의 결과에 다다르곤 한다.

어느 날에는 달걀을 삶아 사과 반개와 함께 먹기도 하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스콘이 무지 먹고 싶은 날에는 일부러 여유 있게 주말 아침 식단에 끼워둔다.

그리고 지금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무화과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 넣었다.

아침 챌린지를 시작하며 매일 아침 식탁을 카메라에 담는다. 창문 사이로 자연광이 들어올 때 가장 예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아침은 딱 그런 시간이다.

정적이면서도 무언가 활기찬 느낌까지 더해져 모든 느낌과 에너지를 담고 있는 아침이 나는 참 좋다.

원래도 차가운 커피보다는 따뜻한 커피를 좋아하는데, 이제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계절이 된 것도 좋다.

아주 열심히, 부지런히도 요리하고 먹었다. 이쯤이면 스스로 위로를  정도의 업적은 되는  같다.

나의 계절은 아침 식탁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다. 이제 늦가을을 부지런히 담아내고 있다. 11월이 되었으니 금방 겨울이 되어도 아주 어색하지 않은 달이다. 슬슬 겨울을 준비하며 어떤 재료들을 담을지 살펴야겠다. 아쉽지만 좋아하는 무화과는 아마 지금 냉장고 속 무화과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과육이 단단하게 잘 익은 부사 사과도, 달콤한 딸기도 계절의 시작을 알릴 테고 언젠가 여유로운 주말 아침에는 시원한 굴로 수제비도 끓여야겠다. 계절을 준비하며 장바구니를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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