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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Nov 01. 2020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이해

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늘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기억의 색은 많이 바래 이제는 아픔 없이 그저 기억으로만 남아있지만 소중하고 애틋하고 아릿한 시간임은 확실하다.

종종 그때를 떠올린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당신과 같은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알았다. 그땐 많이 어렸던 나 밖에 보이지가 않았는데, 당신도 참 어렸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또 당신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되었다.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밀어 넣듯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이야기들, 그것들이 너무나 아팠다.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했던 것들,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했어야 했던 것들이 있었다. 

당신을 더는 이해하고 싶지 않다. 우리의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서로를 향한 이해는 필요하지만 그날 이후 서로에게 마음을 나누지 않는 우리 아닌 각자가 되었으니 어떤 것도 필요치 않다.


당신을 더 이상 헤아리고 싶지 않다. 헤아릴 수 없어도 헤아리려고 노력했던 것은 당신을 참 많이 좋아했었으니까.

당신을 헤아리고 이해하기 위한 마음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냥 그때의 당신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당신도 참 많이 힘들었겠다고 말이다.


마음을 나눈 시간의 끝은 사랑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이나, 떠나고 있는 사람이나 아픔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당신도 많이 아팠고, 나도 많이 아팠으니 적어도 우리가 진심을 나눈 것이 맞았다는 것, 그게 그 사랑의 마지막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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