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맑아서 다행이에요.

by 마음을 담는 사람

꼬박 시간이 지났다. 아주 가끔씩 꿈을 꾼다.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잊어볼까 하면, 잊혀질까 하면 꿈을 꾼다.

사람이 사람을 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안다.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을 없던 일처럼 삶 속에서 덜어낼 수는 없다. 길지는 않았지만 깊었으니까.


몇 달 뒤면 나는 그때의 당신과 같은 나이가 된다. 시간은 이렇게나 부지런히 흐른다.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감정들도 여기까지 흘러왔다. 그때와 똑같은 것은 없다. 나는 많은 것이 변했고 당신 역시 그러하겠지- 그냥 모든 것이 흐르는 것처럼, 그것이 순리이듯 말이다.

내가 시작된 어느 곳에서부터 흐르다가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만났듯, 그렇게 흐르고 흐른다. 억지스럽게 다시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이제는 이것을 안다. 혹여나 당신과 내가 다시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 온다 해도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가을은 비가 잦고 바람이 세다. 비가 쉬지 않고 내린다, 그날처럼.

그날은 비가 내려서 다행이었다. 눈이 부시도록 맑은 날이 우리가 이별하는 날이었다면 더 슬펐을지 모른다.

날씨가 오락가락해도 아직까진 비 오는 날보다는 맑은 날이 더 많으니까, 당신을 조금 덜 생각해도 되는 날들이니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면 꼭 그날이 떠오르니 마음이 조금 시리다.

오늘은 참 맑다. 그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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