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정성스레

by 마음을 담는 사람

어젯밤 친구들에게 마음을 늘어놓듯 말하다 잠이 들었다. 새벽까지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일찍 눈이 떠지는 최근의 루틴 덕에 자는 시간이 부족했던 차라 큰 맘먹고 일찍 핸드폰을 놓았다. 그리고 출근하지 않는 휴일에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일찍 눈을 떴지만, 오늘은 기어코 늦잠을 자겠다는 결심을 위해 다시 잠에 들었다. 모처럼 늘어지게 잔 주말 아침이다.

엄마가 혼자 아침을 먹는 것 같아 덜 떠진 눈과 부은 얼굴로 부엌으로 갔다. 사과 고구마, 따뜻한 커피를 먹으며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요즘 나의 행복 중 하나인 아침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봤다. 그러다 정신이 들어 오후의 약속을 위해 갑자기 샌드위치를 싸고 싶어 졌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꺼내 샌드위치를 싸고, 좋아하는 LP를 들었다. 지난밤까지 사는 게 재미없네 걱정이 되네 했던 얘기들도 눈 앞에서 흩어졌다. 좋아하는 이 순간을 누리다 보니 행복이 별거 없다 싶다.

여러 이유들로 지쳐가는 우리에게 가을이라는 선물이 온 요즘, 가을 하늘이 이렇게나 푸르고 예쁘다는 것에 감동받는다. 유난히 짧게 지나가는 계절이지만, 우리에게 올해만큼은 조금 더 이 계절의 공기를 누려도 좋다고 더 머물러주는 것만 같다. 계절에게 위로를 받는다.
높은 하늘 아래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나눠먹고, 음악을 듣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무너지고 깨져가는 것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느꼈었다. 깨져가는 일상보다 무서운 것은 깨져가는 마음이었다.

마음을 지키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었다. 삶의 순간들에 정성을 다하는 것-

별 것 아니라고 여기고 스쳤던 것들을 다시 정성스레 마주할 때 그것이 내게 위로가 되어줬다.
다시, 정성스레 삶의 순간들을 대하고 깨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붙이며 마음을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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