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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28. 2024

삶이라는 문장을 다시 쓰기 위하여


"인간의 삶을 하나의 거대한 담론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은 각기 다른 품사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몇몇 사람은 형용사나 감탄사, 접속사, 부사 같은 보조적 역할만 하고, 극히 일부만이 실제 주체인 명사나 적극적인 동사가 되죠. 많은 이들은 단순히 '~이다'라는 연결고리에 불과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불규칙 동사처럼 복잡하고 예외투성이입니다. 마치 어떤 언어에서 대부분의 동사가 불규칙한 것처럼요."(One could construe the life of man as a great discourse in which the various people represent different parts of speech (the same might apply to states). How many people are just adjectives, interjections, conjunctions, adverbs? How few are substantives, active verbs, how many are copulas? Human relations are like the irregular verbs in a number of languages where nearly all verbs are irregular.)(키에르케고르, [일기-1836년 3월])


 삶을 하나의 문장으로 비유한다면, 우리는 그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요? 단순히 문장을 꾸미기만 하는 형용사일까요, 아니면 행동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동사일까요?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삶이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우리가 수동적 존재가 아닌, 삶을 창조하는 주체로서 끊임없이 선택하며 나아가는 것이 인간 삶의 본질이라 강조합니다. 직업 선택, 인간관계 형성, 가치관 확립 등 모든 과정이 우리의 실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이 단순히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역할에 종속되는 존재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타인의 기대'란 가족이나 친구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바나,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책임 같은 것들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역할'이란 직장에서 맡은 직무나, 특정 집단 내에서 요구받는 의무와 같은 것들이죠. 키르케고르의 철학에 따르면, 우리는 그저 이런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우리 스스로 삶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그는 우리가 삶의 문장에서 주체적인 '명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명사'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 문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본질을 드러내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명사는 문장의 주체이며, 그 자체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합니다. 주체적 명사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 속의 하나"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형용사나 부사처럼 남을 꾸며주는 역할만 하거나 주변환경에 종속되어 살아가지 말고 스스로 삶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이를 '자기 정립'이라 부르며, 이를 통해 진정한 실존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실존적 삶이 중요한 선택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선택'은 삶의 방향과 본질을 정의하는 결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직업을 바꾸거나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중요한 결정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런 선택을 하지 못하고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역할에만 갇히면 '절망' 상태에 빠진다고 그는 보았습니다. 이 절망은 우리 자신이 되지 못하는 깊은 제약을 뜻합니다.


 능동적 동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행동하고 변화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동사는 문장에서 움직임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우리도 삶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선택을 통해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우리가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해 키에르케고르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관계는 단순히 정해진 방식으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변화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복잡한 관계입니다. 이는 예측이 쉬운 '규칙 동사'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규칙 동사'와 같습니다. 규칙 동사는 일정한 규칙을 따르며 예측 가능한 반면, 불규칙 동사는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도덕적 책임을 고민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때로는 용서와 화해를 실천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합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결국, 키에르케고르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정말로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단순히 존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행동하고 있는가? 우리는 삶이라는 문장에서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문법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합니다.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은 우리에게 언어의 구조처럼 정교하게 짜여진 실존의 여정에서 진정한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삶이라는 문장이 완성되었을 때 그 문장에서 나의 수 많은 선택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쓰여진 문장이 힘없고 초라한 문체에 의미없는 글자에 지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분명한 의미를 전달하며 그 문체에 힘이 느껴져 감동을 줄 수 있는 삶이라는 문장은 바로 지금 당신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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