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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29. 2024

스스로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하라


"우리는 삶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요구하고,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 적게 요구한다."(We demand too much of life, too little of ourselves.)(크리스토퍼 라쉬, [나르시시즘의 문화] 중에서)


 크리스토퍼 라쉬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그는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사회비평가로, 『나르시시즘의 문화』라는 책에서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와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분석했습니다.


 오늘날 소비사회는 개인의 기대를 끝없이 부풀립니다. 광고와 미디어는 '더 나은 삶'이라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계속 보여주며 현실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킵니다.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성공적인 모습과 자신의 현실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며, 과도한 기대와 실망을 겪습니다. 이런 기대는 점점 더 비현실적이 되고, 사람들은 최신 고가 물건을 가지거나 완벽한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상적인 삶'의 이미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비교되며, 불안감을 만들어냅니다. 라쉬는 이런 차이가 개인의 심리적 약점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유대감을 약하게 만든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문제를 자신의 잘못으로만 여기면서 다른 사람과 공감하거나 연결되는 것이 어려워지고, 결국 공동체에서 서로 돕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무관심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기성찰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라쉬는 사람들이 자신의 불만이나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승진하지 못했을 때 자신의 능력 부족보다는 회사의 불공정한 구조나 상사의 편애를 탓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태도는 직장이나 친구 관계에서 더 많이 나타납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보다는 상대방이나 환경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이는 개인의 성장을 방해하고 인간관계의 질도 떨어뜨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나 가족 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무시하게 되어 인간관계가 얕아지고 유지되기 어려워집니다.


 라쉬는 현대의 나르시시즘이 전통적인 자기애와 다르다고 말합니다. 전통적인 자기애는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현대의 나르시시즘은 자신의 가치를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고,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는 불안과 공허함을 동반합니다.  디지털 환경은 이러한 나르시시즘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 SNS에 올린 글이나 사진에 달린 '좋아요' 같은 지표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좋아요'나 댓글에 의존해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대신 외부의 반응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라쉬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해결책도 제시합니다. 『나르시시즘의 문화』에서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질 것을 권장합니다. 삶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완벽해지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약점이나 실패를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작은 성공과 성장을 축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문제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책임을 지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진정한 자기이해와 성장의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과정은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라쉬의 통찰은 현대 소비사회의 문제를 보여주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외부의 기대와 내면의 성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현대인에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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