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환자들이 보이는 비이성적 말과 행동은, 그들의 실존적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본질적으로 닫힌 책과 같습니다. 나는 정신병적인 상태가 바뀌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세계-내-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로부터 정신병적 상태로 바뀌는지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합니다."(The mad things said and done by the schizophrenic will remain essentially a closed book if one does not understand their existential context. In describing one way of going mad, I shall try to show that there is a comprehensible transition from the sane schizoid way of being-in-the-world to a psychotic way of being-in-the-world.)(로널드 데이비드 레잉(Ronald David Laing), 『분열된 자아(The Divided Self)』중에서)
살면서 타인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당황하거나 불쾌했던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친구가 갑자기 연락을 끊거나, 동료가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판단하고 쉽게 단죄합니다.
R.D. 랭의 조현병 환자에 대한 연구는 우리가 타인의 '이상한' 행동과 말을 성급하게 판단하고 단죄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랭은 당시 사람들이 조현병을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현병 환자의 언행이 단순히 이유 없이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증상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한 조현병 환자가 계속해서 벽에 대고 말을 한다면, 이는 그 환자가 겪고 있는 고립감이나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한 나름의 반응인 것입니다.
랭의 이러한 접근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그는 조현병을 단순한 병리적 상태로 보는 대신,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그들이 속한 사회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줄이고, 그들을 보다 인간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촉발했습니다. 이는 정신건강 치료에 있어 환자의 경험과 이야기를 중시하는 인간 중심적인 접근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현병 환자를 그들이 처한 상황의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랭의 자세는 단순히 조현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와 다른 생각과 행동 양식을 가져서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을 대할 때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때, 그 사람의 맥락과 배경을 고려해보는 것은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급한 판단을 피할 수 있게 합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증진시키며, 사람들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는 어떤 사람이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단순히 비합리적인 망상이 아니라, 그 사람이 과거에 겪었던 심리적 억압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주변의 타인을 쉽게 판단합니다. 연락을 끊은 친구를 "이기적"이라고 여기거나, 예민한 동료를 "성격 이상"으로 치부할 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숨겨진 맥락과 고통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랭의 철학은 타인을 비판하기 전에 그들의 언행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히 "참아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타인의 세계 속에서 그들의 행동이 가진 의미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랭의 책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 서로 다른 타자를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정치적, 문화적, 세대 간의 차이가 갈등을 부추기는 오늘날, 상대방의 언행을 "비정상적"이라 단정짓는 태도는 분열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단순한 관용을 넘어 더 깊은 인간적 공감과 연결에 이를 수 있습니다. 타인의 행동이 이상해 보일 때, 이를 무조건 단죄하기보다 "왜 저럴까?"를 묻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랭의 철학은 타인의 언행이 가진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더 나은 관계와 공존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다음번에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세요. "저 사람의 세계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타자와 연결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