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영토가 아니다."("The map is not the territory.)(알프레드 코지브스키, <과학과 온전한 마음> 중에서)
폴란드 철학자 알프레드 코지브스키가 남긴 이 말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그의 저서 《과학과 온전한 마음》에서 코지브스키는 인간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오해하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냈습니다. 그의 이론의 핵심은 우리가 세상을 직접 경험하기보다는 언어, 기호, 개념 등 추상적인 '지도'를 통해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이러한 지도들이 현실을 단순화하고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코지브스키는 지도가 영토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도는 현실을 압축하거나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지도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 자체가 현실의 모든 복잡성과 세부를 담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늘 '지도'를 통해 세상을 봅니다. 과거의 지도는 언어와 개념 같은 단순한 형태였다면, 오늘날에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 검색 엔진, 빅데이터 통계처럼 복잡한 형태로 변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추천 게시물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보여주며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코지브스키의 유명한 실험은 이러한 개념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강의 중에 비스킷을 나눠주었고, 학생들은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강아지용 비스킷'이라고 말하자, 몇몇은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이는 언어와 레이블이 실제 경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SNS와 디지털 환경에서도 뚜렷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가 많은 게시물은 더 신뢰할 만하다고 느끼게 하고, 별점이 낮은 식당은 방문조차 꺼리게 만듭니다. 코지브스키는 이러한 지도들이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경고하며, 지도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의 디지털 지도들은 더욱 강력합니다. 넷플릭스는 시청 기록을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하고, 유튜브는 비슷한 콘텐츠를 우선 노출합니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편리하지만, 편향된 정보의 울타리 속에 갇히게 만듭니다. 실제로, 사용자의 70% 이상이 유튜브 추천 영상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답해 다양한 관점 접촉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추천 영화,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게시물들은 현실의 일부일 뿐임에도 종종 전체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코지브스키는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도'와 '영토'의 차이를 자각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지도'가 결코 완벽하거나 현실을 온전히 대변할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보았습니다. 디지털 지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탐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는 콘텐츠를 스스로 찾아보거나,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 공부해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평소 방문하지 않던 지역이나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며,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인간 경험의 풍부함을 다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지도로 세상을 보고 있나요? 디지털 알고리즘, 사회적 통념, 개인적 편견 등 그것이 무엇이든 지도일 뿐임을 기억하세요. 오늘은 그 지도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보세요.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은 책을 읽거나,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대화해 보세요.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지도보다 더 크고 풍부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코지브스키가 전하는 지혜입니다.
최근 우리는 지도와 영토를 구분하지 못한 채 '지도'속에 갇혀 정상적인 사고를 못할 때 발생하는 현실적인 위험성에 대해 목격했습니다. 코지브스키의 통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