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그우먼이 ‘대치동 맘’을 풍자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에서 그는 대치동 맘 역할을 맡았는데, 문제는 그가 착용한 패딩 점퍼였다. 이 패딩은 대치동 맘들 사이에서 교복처럼 통하는 유명 브랜드 제품이었다. 개그우먼이 이를 입고 등장하자 영상은 큰 화제가 되었고, 이후 해당 패딩의 중고 거래가 활발해졌다고 한다. 한때 부유한 계층의 상징물이었던 패딩이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아비투스’(Habitus) 개념을 통해 개인의 취향과 행동양식을 형성하는 무의식적 습관과 사회적 구조를 설명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취향과 특정한 소비 패턴은 그가 속한 사회적 배경, 특히 계급에 의해 형성된다. 따라서 같은 계층의 사람들은 비슷한 문화와 소비 패턴을 공유하게 된다.
대치동 학부모들이 몽클레어 패딩을 선호하는 현상도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이는 그들만의 아비투스가 형성한 일종의 ‘사회적 코드’로 볼 수 있다. 이 패딩은 단순한 방한용 의류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열정, 경제적 여유, 그리고 ‘강남 학부모’라는 정체성을 상징하는 일종의 ‘표지’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 패딩을 입는 행위는 단순한 패션 선택이 아니라, 특정 사회적 집단에 속한다는 무언의 선언과도 같다.
그러나 패러디 영상이 공개되면서 몽클레어 패딩은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 되었고, 그동안 유지되던 ‘상징적 가치’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평소 자연스럽게 입던 패딩이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불편한 요소로 전락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를 피하려는 태도가 나타났고, 이는 아비투스를 통해 굳어진 특정 계층의 소비문화가 외부 요인(미디어 풍자)에 의해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현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개념으로 ‘사회적 코르셋’(Social Corset)을 들 수 있다. 이는 특정 집단이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행동, 가치관, 외모, 소비 패턴 등의 틀을 의미한다. 물리적인 속박이 아니라, 사회적 기대와 규범에 의해 개인이 스스로 따르게 되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다.
사회적 코르셋 개념에 따르면, 대치동 맘들이 명품 패딩을 입는 것은 단순한 보온 목적이 아니라 ‘이 정도 수준의 옷을 입어야 강남 학부모로 인정받는다’는 무언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다. 이처럼 특정한 소비 패턴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요소가 될 때, 개인은 원하지 않더라도 해당 문화를 따라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번 패러디 영상으로 인해 ‘대치동 맘’이라는 특정 집단이 조롱의 대상이 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강남 학부모’로 보이기 위해 패딩을 입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강남 학부모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패딩을 입지 않는 정반대의 자기검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치동 맘’이라는 상징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그 상징이 실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지도 드러난다. 특정한 소비 패턴과 브랜드가 하나의 계층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그 상징이 단순한 풍자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