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감정이란 무엇인가: 관념과 신체의 상호작용

1부. 감정의 구조를 이해하기

by 정지영

정신의 수동이라 불리는 감정(affectus)은 혼란된 관념으로, 이것에 의하여 정신은 자기의 신체 또는 신체의 일부에 대하여 이전보다 더 크거나 또는 더 작은 존재력을 긍정하며, 이 관념에 의하여 정신은 어떤 것을 다른 것보다 더 많이 사유하도록 결정된다.

— 바뤼흐 스피노자, 『에티카』3부, 감정의 일반 정의


감정의 진짜 얼굴을 찾아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손바닥에 땀이 난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중요한 발표를 앞둔 순간,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 신체적 변화인가, 정신적 상태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일반적으로 우리는 감정을 마음의 상태로 생각한다.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은 모두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동시에 감정이 몸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하다. 화가 나면 혈압이 오르고, 슬프면 눈물이 나고, 기쁘면 웃음이 나온다.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 질문에 대한 혁명적인 답을 제시했다. 앞서 인용한 그의 감정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스피노자의 감정의 일반 정의는 처음 들으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난해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감정이 만들어지는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는 "모든 것은 신체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즉 감정은 신체의 물리적인 변화에서 비롯된다. 스피노자의 정의에서 '존재력'이란 신체의 활동 능력 또는 에너지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의 몸은 살아 움직이고, 활동하고, 스스로를 유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힘이 커지거나 작아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힘의 증가는 존재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들었을 때를 떠올려보자. 괜히 몸이 가벼워지고, 에너지가 넘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내 몸의 존재력이 증가한 상태이다.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실망스러운 일을 겪으면 몸이 무거워져 축 처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내 몸의 존재력이 감소한 상태이다.


2단계는 "정신이 그 변화를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신체의 에너지 변화는 그 자체로 아직 감정이 아니다. 정신이 그 변화를 알아차리고 등록해야 바로소 감정의 두 번째 단계에 도달한다. 스피노자의 인용구에 '관념'이란 단어가 나온다. 관념이란 정신이 갖는 생각, 인식, 느낌이다. 몸의 변화에 대응하는 정신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몸의 변화에 대한 '정신적인 스냅사진'이다.


이런 신체 변화에 대한 정신의 인식을 '긍정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여기서 긍정한다는 것은 '좋다'라는 의미의 긍정이 아니다. 그것을 "사실이라고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 몸의 존재력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을 정신이 확인하는 것을 긍정한다라고 한다. 이를 비유하자면 스마트폰의 배터리 상태 표시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의 에너지 상태를 충전되고 있는지, 감소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긍정'이다.


3단계는 "그런데 그 인식이 흐릿하다"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왜 감정을 '혼란된' 관념이라고 했을까? '혼란'은 나쁜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불분명하고 불완전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감정을 느낄 때, 그 결과(기분 좋음, 나쁨)는 강렬하게 느끼지만, 그것이 왜, 어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일어났는지 그 원인 전체를 명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자동차의 엔진 경고등에 비유해보자. 경고등이 켜지면(감정을 느낌) 우리는 차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결과)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어느 부품이, 다른 부품과 어떤 연관 관계 속에서 고장 났는지(원인)는 바로 알 수 없다. 경고등은 원인 전체를 보여주지 않는 '혼란된(불완전한) 정보'인 셈이다.


4단계는 "감정이 내 생각을 물들인다"는 것이다. "이 관념에 의하여 정신은 어떤 것을 다른 것보다 더 많이 사유하도록 결정된다."는 구절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단 감정이 발생하면, 그 감정이 이제 내 생각의 방향을 결정하는 운전대를 잡게 된다. 감정은 우리 생각에 특정한 색깔의 필터를 씌운다.


기쁨(존재력 증가)이라는 감정이 생기면 어떤가? 정신은 '기쁨'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본다. 그래서 희망적인 생각, 즐거웠던 기억,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계획들이 더 쉽게 떠오른다. 반면 슬픔(존재력 감소)이라는 감정이 생기면 어떤가? 마음은 '슬픔' 필터를 통해 세상을 봅니다. 그래서 실패했던 기억, 걱정거리, 비관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감정은 다음 생각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서, 특정 방향으로 생각을 이끌고 간다."



마음과 몸은 둘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스피노자의 혁명적 통찰은 마음과 몸을 별개의 실체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전통적 철학에서 마음은 비물질적이고 몸은 물질적인, 서로 다른 영역으로 여겨졌다. 데카르트는 이 둘이 뇌의 송과체에서 만난다고 주장했지만, 비물질과 물질이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는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


스피노자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마음과 몸은 하나의 동일한 개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두 속성일 뿐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말이다. 내가 걸을 때 다리 근육이 움직이는 신체적 사건(연장 속성)과, 내가 '걷겠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사건(사유 속성)은 별개의 두 사건이 아니라 동일한 사건의 두 가지 표현이다.

이를 현대적 언어로 표현하면, 뇌의 신경 활동과 우리의 의식 경험은 동일한 과정에 대한 두 가지 다른 기술 방식이다. 뇌과학자가 뉴런의 전기적 활동을 관찰하는 것과, 당사자가 주관적 경험을 보고하는 것은 같은 사건을 다른 언어로 설명하는 셈이다.



느낀다는 것의 비밀: 몸의 변화와 마음의 알아차림

이러한 관점으로 스피노자의 감정 정의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자. 이 정의에는 명확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신체의 존재력(활동 능력) 변화다. 우리의 신체나 신체 일부의 활동 능력이 이전보다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이는 물리적 사건이다. 심장 박동의 변화, 호르몬 분비, 근육 긴장, 뇌 활동 패턴의 변화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그 변화에 대한 마음의 인식(관념)이다. 마음이 신체 변화를 "긍정"한다는 것은 그 변화를 의식적으로 경험하고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단순히 신체 변화만으로는 감정이 아니다. 그 변화가 반드시 의식에 등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등 뒤에서 큰 소리가 날 때를 생각해보자. 순간적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근육이 긴장한다(신체 변화). 동시에 우리는 '깜짝 놀랐다'는 경험을 한다(관념). 이 둘이 합쳐져서 비로소 '놀람'이라는 하나의 감정이 되는 것이다.



혼란된 관념으로서의 감정

스피노자가 감정을 "혼란된(confused) 관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혼란'은 나쁘거나 틀렸다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원인과 전체 구조가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불분명하거나 불완전한' 인식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감정이 일어날 때 우리는 보통 그 원인을 정확히 모른다. 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왜 막연히 불안해졌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그저 '기분이 좋다', '불안하다'고 느낄 뿐이다. 이는 하나의 감정 속에 수많은 신체적, 환경적, 심리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은 이 모든 요인을 한 번에 분석할 수 없기에, 그저 전체적인 '느낌'으로만 경험하는 것이다.


첫사랑을 만났을 때의 설렘을 떠올려 보자. 그 순간 우리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과거의 긍정적 기억이 활성화되었으며...'라고 분석하지 않는다. 그 모든 복합적인 과정이 의식에는 그저 '설렌다'는 단 하나의 강렬한 느낌으로 등장할 뿐이다.



감정이 생각을 결정한다

스피노자 정의의 마지막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감정의 발생에 의해 "이 관념에 의하여 정신은 어떤 것을 다른 것보다 더 많이 사유하도록 결정된다." 이는 감정이 우리 사고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정말 그럴까? 왠지 모르게 우울한 날, 머릿속을 스쳐 가는 생각들을 떠올려보자. 반대로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쁜 날에는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가?


전통적 견해와는 정반대다. 보통 우리는 생각이 감정을 만든다고 여긴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통찰처럼, 실제로 경험해보면 감정이 생각을 이끄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울할 때는 의도하지 않아도 실패, 상실, 절망에 관한 생각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기분이 좋을 때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는 감정이 우리의 주의력과 기억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특정 감정 상태가 그와 관련된 신경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그 네트워크와 연결된 기억과 생각들을 의식 위로 쉽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감정이 마치 사고의 '필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17세기 철학, 350년 후 뇌과학이 증명하다

놀랍게도 스피노자의 통찰은 현대 뇌과학으로 정확하게 확인된다. 뇌 영상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감정이 일어날 때 뇌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은 신체 상태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감정의 파수꾼인 편도체가 특정 자극을 감지하면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신체 상태를 바꾸고, 이 신체 변화의 신호를 뇌섬엽 같은 영역이 감지하여 주관적인 감정 경험을 만든다. 이는 감정이 '신체 변화'와 '그에 대한 인식'의 결합이라는 스피노자의 정의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감정이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감정 중추인 편도체는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전전두엽보다 더 빠르게 작동하여 감정적 반응이 먼저 일어나고 생각이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왜 같은 영화를 보고 서로 다르게 울고 웃을까?

스피노자는 "한 개체의 감정은 다른 개체의 감정과 각 개체의 본질이 다른 만큼 다르다"고 말한다. 이는 감정이 보편적인 동시에 지극히 개별적이라는 뜻이다.


보편성은 감정의 기본 메커니즘에서 나온다. 모든 인간은 비슷한 신체와 뇌 구조를 갖기에, 능력이 증진될 때 기쁨을 느끼고 능력이 감소할 때 슬픔을 느끼는 기본 원리는 공통적이다.


개별성은 각자의 고유한 삶과 체질에서 비롯된다. 같은 롤러코스터를 타더라도, 누군가는 짜릿한 스릴(기쁨)을 느끼고 누군가는 끔찍한 공포(슬픔)를 느낀다. 이는 개인의 과거 경험, 유전적 기질, 현재의 신체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은 상태가 아니라 흐름이다

스피노자의 정의에서 놓치기 쉬운 마지막 핵심은 감정이 "이전보다 더 크거나 더 작은" 존재력의 변화라는 점이다. 감정은 정적인 상태(state)가 아니라 역동적인 과정(process)이다. 변화가 없다면 감정도 없다.

이는 아무리 강한 감정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변화의 폭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감정은 본질적으로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흐름이다.



실습: 감정의 구조 관찰하기

이론적 이해를 실제 경험으로 전환해보자.

신체-관념 분리 관찰: 강한 감정이 일어날 때, 심장 박동, 호흡, 근육 긴장 등 신체적 측면과 떠오르는 생각, 이미지, 기억 등 정신적 측면을 의식적으로 구분해서 관찰해본다.


감정의 '혼란성' 탐구: 특정 감정이 일어났을 때, '왜 이 감정이 일어났을까?' 스스로 질문하며 그 원인을 최대한 자세히 추적해본다. 대부분의 경우 원인이 복합적이고 불분명함을 발견할 것이다.


감정이 사고에 미치는 영향 관찰: 우울할 때와 기쁠 때, 어떤 종류의 생각들이 더 자주, 쉽게 떠오르는지 비교해본다. 감정이 생각의 필터 역할을 함을 직접 확인해본다.


감정의 시간성 경험: 하나의 감정이 생겨나서 강해졌다가, 점차 약해지며 사라지는 전 과정을 시간을 두고 관찰한다. 감정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임을 체험한다.



감정 이해의 새로운 차원

스피노자의 통찰은 감정을 더 이상 신비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힘이 아닌, 명확한 구조와 법칙을 가진 자연 현상으로 보게 한다. 감정은 마음이나 몸,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라 심신 통합체인 나의 상태 변화 그 자체다.

감정이 '혼란된 관념'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명확한 관념'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가진다. 감정이 사고를 결정한다면,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주도권을 잡는 열쇠가 될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감정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기쁨과 슬픔을 살펴볼 것이다. 이 두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능력 변화와 연결되는지, 왜 모든 감정의 기초가 되는지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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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교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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